[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252>卷四. 흙먼지 말아 일으키며

  • 입력 2004년 9월 8일 18시 04분


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펼침과 움츠림(5)

“그렇지 않습니다. 하남왕(河南王) 신양(申陽)은 상산왕 장이가 조나라의 승상으로 있을 때 미천한 졸오(卒伍)에서 뽑아 올려 장수로 삼은 사람입니다. 또 신양이 항왕에 앞서 하남을 휩쓸 수 있었던 것도 장이의 총애가 밑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이가 그에게 조나라의 대군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신양이 하남왕이 된 것도 실은 그때 항왕의 신임을 받던 장이가 주선한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장량이 옆에서 그렇게 거들었다. 그제야 한왕 유방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산왕 장이를 불어오게 했다.

불려온 장이가 하남왕 신양을 달랠 수 있다고 장담하자 한왕은 비로소 마음을 놓고 한신의 계책을 따랐다. 조참에게 5천 군사를 남겨주며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섬성을 에워싸고 있게 하고 자신은 대장군 한신과 더불어 대군을 낙양으로 몰아갔다.

그때 장량이 다시 한 계책을 내었다.

“무관에 있는 한(韓) 태위 신(信)에게 명하시어 군사를 이끌고 한나라 땅으로 나오게 하십시오. 한나라를 수복한 뒤에 대왕의 본진에 합류하라 이르시면, 비록 항왕이 세운 한왕(韓王) 정창을 이기지는 못한다 해도, 정창이 감히 하남을 구하러 올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하남왕 신양의 뒤를 끊는 일이 되기도 하니, 나중에 상산왕이 그를 항복하도록 달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왕도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곧 사람을 무관으로 보내 한 태위 한신으로 하여금 동쪽으로 군사를 내게 했다. 급히 정창을 치고 한나라 땅을 되찾은 뒤 한왕의 본진에 합치라는 명이었다.

인마가 닫기를 배로 하여 밤낮으로 나아가니 한군(漢軍)은 그 뒤 열흘도 안돼 낙양에 이를 수가 있었다. 도중에 있는 하남의 현성(縣城)들도 섬성처럼 적은 군사를 남겨 깃발과 함성만으로 에워싼 척하거나 길을 돌아 피해온 터라, 낙양 성안에서 느끼기에는 한나라의 대군이 불쑥 땅에서 솟은 듯하였다.

이때 하남왕 신양은 낙양에 머물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관중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항왕의 재촉에 이끌고 있던 병마(兵馬)를 갈라 섬성을 비롯한 관동(關東)으로 드는 길 어귀 현성들에 나누어 보낸 탓이었다. 그때 낙양 성안에 남은 군사는 늘고 힘없는 이졸(吏卒)을 합쳐도 2만을 다 채우지 못했다.

오래잖아 섬성이 한군에 에워싸였다는 급한 전갈이 오고, 잇따라 신안에서도 한의 대군이 성을 에워쌀 기세라는 급한 전갈이 들어왔다. 그러나 하남왕 신양에게는 이미 원병을 보내려 해도 더는 보낼 군사도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팽성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군이 나타나 낙양성을 에워쌌다.

“팽성에 급히 사람을 보내 패왕께 위급을 알려라. 또 양적(陽翟)에도 사람을 보내 한왕(韓王)에게 구원을 청해라.”

아직도 패왕의 제후일 뿐인 하남왕 신양은 먼저 그렇게 명을 내려 저희 편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당장은 힘을 다해 버텨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양적에서 선수라도 치듯 신양의 기운을 빼는 소식이 왔다. 한왕 정창이 사자를 보내 오히려 구원을 청해온 일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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