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42…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4)

아이고 죽겠다! 이 말은 아버지와 엄마가 하루도 빠짐었이 썼기에 알고 있다 큐큐 파파 이 말을 소리내어 말하기 전과 후에는 반드시 긴 한숨을 큐큐 파파 후우 아이고 죽겠다 후우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가 펄펄 나구요 이 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허송 세월 말아라 서울 장안 타는데 한강수로 끄련만 사천만 가슴 타는데 무슨 수로 끄려나①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큐큐 파파노래하고 있다 큐큐 파파약간 코맹맹이 소리 섞인 남자의 목소리 뜻은 모르겠지만 템포가 빠르고 가벼운 큐큐 파파노랫소리는 다가오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탁월한 러너일수록 발소리 없이 뛴다고 사토 코치가 그랬는데 큐큐 파파하지만 훌륭한 러너가 제한 시간에 아슬아슬한 속도로 뛸 리가 없다 큐큐 파파큐큐 파파큐큐 파파

왜놈의 지원병이 죽으면 개떼 죽음이 되구요 광복군이 죽으면 독립 열사가 되누나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허송세월 말아라

일본이란 단어는 철이 든 무렵부터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엄마가 일본 사람의 험담을 늘어놓을 때 침을 내뱉듯 일본 사람! 큐큐 파파

하지만 내 아들은 일본사람이다 큐큐 파파 나는 한국 사람 큐큐 파파 늘 일본말로 말하는데

감정을 미처 억제하지 못하면 한국말로 큐큐 파파 바보! 못난이! 시끄럽다! 개새끼! 아이고 이놈의 가시나! 아이고 이놈아! 아이고 이놈의 자식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시냇가의 빨래 소리 또두락 똑딱 나는데 아롱아롱 버들잎은 정든 님 얼굴을 가리누나②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허송세월 말아라.”

“…무슨 노래예요?”

“몰라요.”

“…유씨, 괜찮아요?”

“뒤에 있는 사람이 부르는 거잖아요.”

“네?”

뒤를 돌아보는 사토 코치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목이! 목덜미가! 큐큐 파파 끝내 통증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①광복군 석탄가-경기 민요

②사발가-경기 민요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