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43…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5)

  • 입력 2002년 6월 10일 17시 34분


“유미리, 파이팅!”

등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큐큐 파파 하얀 테니스 모자에 파란 러닝 셔츠를 입은 남자가 옆에 나란히 섰다 신문지상에 내가 이 대회에 출전한다고 크게 보도된 탓에 출발후 몇 십 번이나 유미리 파이팅! 큐큐 파파

이 남자가 노래를 불렀나? 큐큐 파파

“감사하므니다.”

통증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하여 사토 코치가 대답해 주었다 큐큐 파파 남자는 1분쯤 앞을 인도하듯 뛰고서 큐큐 파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씨! 올림픽 경기장이 보여요.”

“…그런 거 보여봐야, 아무 느낌도 없어요.”

또 말대답을 하고 말았다 큐큐 파파 만약 지금 올림픽 경기의 입구에 있다면 사뭇 기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큐큐 파파 18킬로미터를 더 뛰어야 한다 팔도 다리도 아픔에 꼼짝 못하고 있는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1996년 8월 큐큐 파파 나는 올림픽 경기장에 있었다 텔레비전 방송국의 기획 프로그램에서 손기정 씨와 대담을 하게 되어 큐큐 파파 연출가의 지시로 객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큐큐 파파 뒤쪽 대각선상에 있는 입구에서 손기정 씨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여든세 살이었다 큐큐 파파 나란히 서서 트랙을 내려다보았다 큐큐 파파 할아버지가 정말 마라톤 선수였나요? 같이 뛰었어

할아버지는 전국체전의 대표였다 5천 1만 미터 넘버원이었지 큐큐 파파 할아버지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 있으세요? 60년이냐 60년 다 잊어버렸어 필요없는 것은 잊는 게 좋아 잊고 싶은 것이 많다는 뜻인가요? 일본 사람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지 늙은이들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거 다 잊어버렸잖아? 젊은이들은 식민지라는 것조차 모르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고서 세상에서 가장 고생이 심한 남자야 오래 살다 보니 친구의 손녀딸과 얘기를 다 나누는군 하지만 언제나 돼야 재일 2세와 자기 나라 말로 얘기할 수 있을지

큐큐 파파 할아버지에 대해 물으면서 큐큐 파파 되려 예리한 질문을 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왜 이 나라를 찾았지?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