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청황적색 저녁 노을 떠돌고 차창에는 담배 연기 서릿 서릿 서릿 풀린다 풀린다
할배! 들어주세요 큐큐 파파
이 터널을 빠져나갈 때까지만이라도 큐큐 파파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툭하면 길을 잃었어요 방향 감각이 둔한 것인지 큐큐 파파 장소에 대한 감각이 마비된 것인지 큐큐 파파 나는 길을 잃어도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태어날 때부터 길 잃은 미아였으니까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버지와 엄마의 등뒤에는 긴 터널이 있고 큐큐 파파 두 사람은 그 입구와 출구를 침묵과 거짓으로 틀어막고 타향 땅에서 큐큐 파파 하지만 큐큐 파파 늘 터널 앞에 우두커니 서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버지나 엄마도 역시 미아였어요 큐큐 파파 언젠가 침묵의 벽이 무너진다면 그 터널을 빠져나가고 싶었어요 큐큐 파파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서 그 벽을 무너뜨려야만 하게 되었어요 터널 저 편 끝까지 가서 그곳에서 본 것을 아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찾을 수 있을까요? 시체가 묻힌 곳을 찾아 땅냄새를 맡는 개처럼 큐큐 파파 나는 이을 수가 있을까요? 산산이 부서진 뼈를 큐큐 파파 나는 들을 수가 있을까요? 재갈을 물린 채 살해당한 사람들의 언어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나는 할 수 있을까요? 땅을 뒤흔드는 전쟁의 굉음을 전할 수가 추궁당하기 전에 대답할 수가 불타오르는 거리를 끝까지 달릴 수가 한을 품고 가라앉은 혼을 아침처럼 환하게 웃게 할 수가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나는 당신의 발소리가 메아리치는 터널을 더듬더듬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귀여운 내새끼야 너는 내가 이름을 지어주었으니 자기 이름을 불러보거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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