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자 동생이었으면 좋겠다 여동생은 싫다 남자 동생이면 같이 달릴 수 있다 큐큐 파파 내가 달리기를 가르쳐줄 거다 아버지는 달리기만 해서 뭐에 써먹느냐고 화를 내지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뿐 태어났을 때 이미 나라가 없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봉쇄되고 큐큐 파파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조선 사람을 게다짝을 신은 강도가 마치 잡초를 짓뭉개듯 짓밟고서 큐큐 파파 대한독립만세만 외쳐도 베고 때리고 지지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왜놈은 조선 사람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공포의 씨앗을 뿌리고 충성스런 신민으로 큐큐 파파 충성스런 신민 따위 어찔 될 수 있으랴! 큐큐 파파 나는 공포의 씨앗에 물을 주지 않는다 한 방울도 큐큐 파파 권총도 폭탄도 갖고 있지 않지만 절대로 복종하지 않는다 나는 달린다 아무리 왜놈이라도 달리는 나를 방해할 수는 없다 달릴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온돌방에 뒹굴며 밥을 먹는 그런 자유가 아니다 큐큐 파파 내 눈 내 귀 내 숨 내 심장 내 다리 내 모든 것으로 저항하는 자유를 내 자신을 활처럼 당기고 큐큐 파파 순간적으로 바람과 경주하는 자유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내 남동생에게 가르칠 것이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잠이 온다 몹시 졸립다 지금 몇 시나 됐을까 그림자가 긴 것을 보면 곧 해가 지겠지
큐큐 파파 새벽닭이 채 울기도 전에 엄마가 내 어깨를 흔들어 깨워 큐큐 파파 우철아
네 동생이 태어날 모양이다 어서 가서 할매를 불러와라 나는 달렸다 말보다도 빨리 새벽보다도 빨리 큐큐 파파 동천(東川)을 따라 칠탄산(七灘山)을 단숨에 뛰어올라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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