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9…1925년 4월 7일(9)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35분


“…그랬나…아까 한 말 거짓말이다” 두 아들의 얼굴 사이에서 희향의 시선이 방황하였다.

“아까 한 말이라고?” 우철은 칭얼거리는 갓난아기를 팔로 흔들었다.

“이 아 관상 말이다”

“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철은 자기 팔 안에 있는 동생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많이 쏟아지면, 또 강이 넘치겠재”

“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똑같은 말투로 되물었다.

“그 사람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엄마는 다 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자기 마음을 지키려고 거짓말 안 하나. 나한테 상처 안 주려고 거짓말 한 적 한 번도 없다”

우철은 엄마가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고 하는 소리를 난생 처음 들었다.

“우철아…”

엄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우철은 온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벽에 엉겨 있는 자기와 동생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 사람이 어디 있었나? 자기 아들이 태어난 날에, 어디서 뭘 했다 말이가?”

희향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하늘에서 땅으로 똑바로 쏟아지는 빗발이 땅을 차고, 신록을 밟고, 강물을 퉁기며 달렸다.

엄마가 너무 아파서 정신이 어떻게 된 걸까, 왜 아버지가 거짓말쟁이라는 걸까, 우철은 영남루에서 자기 쪽을 돌아보던 아버지의 슬픈 얼굴을 떠올리고는, 길도 모르면서 불안을 향해 달려나갈 것 같았다.

우철의 두근거리는 맥박을 느꼈는지 갓난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오오오, 착하지, 엄마가 젖 줄테니까 울지마, 울지마라. 젖 실컷 먹고 자장자장 하자, 자, 이리온, 귀여운 내 새끼”

저고리 고름을 풀자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한 젖가슴이 호롱불 속에 뽀얗게 드러났다. 갓난아기는 젖꼭지가 입에 물기 싫어 또 응얼거렸지만, 크게 벌린 입으로 젖꼭지를 밀어 넣자 입술과 잇몸으로 열심히 빨기 시작했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잔다

금자동아 옥자동아

천지간에 보배동아

멍멍 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애기 잠 잘 잔다

샛별같은 눈을 감고

어서 어서 잠 자거라 ①

빗발이 한층 격렬함을 더해, 자장가 소리는 갓난아기의 귀에 닿기도 전에 푹 젖고 말았다.

①밀양지방의 전래 자장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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