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손을 내리고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문기덕이 호령했다.
“차렷!”
“경례!”
선생의 발소리가 멀어지면서 학생들은 다소 긴장을 풀었지만, 완전히 풀 수는 없었다. 자칫 조선말로 얘기를 했다가 누군가가 일러바치면 벌을 받기 때문이다.
우철은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 옆에서 오줌을 누던 김연수가 말을 걸었다.
“일본 학생들은 신사 청소 안 하잖아? 우리는 매일 하는데…신사에 천황폐하가 있다면,”
“그런 거 뻔하잖아. 뻔한 말은 하지마” 우철은 바지를 끌어올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교실로 돌아온 우철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는데, 풀처럼 나부낄 수 없다. 교육 칙어를 낭독하는 동안, 자기 목소리가 아픔처럼 머리에 울렸다. 나는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칭찬을 받고서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참함이 눈에 배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봄바람이 우철의 뺨을 어루만졌지만 우철은 아픔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달리고 싶다. 달리면 아픔을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리고 달려서 아픔을 앞지르고, 내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떨어뜨려 놓고 싶다.
“아직도 팔이 저리다”
“난, 어깨가 아프다”
“이것 좀 봐, 허벅지가 퉁퉁 부었어”
“피까지 맺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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