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와 부선은 미역국, 흰밥, 대추, 은어 구이, 떡, 짚 따위를 올려놓은 산신상을 향해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소원을 빌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평생토록 돈에 쪼들리지 않게 해 주이소, 이 자식한테 병하고 사고가 찾아오지 않도록 살펴봐 주이소, 학문에 뛰어난 아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빌려 주이소, 하고 새로운 소원이 덧붙여졌다. 일 잘하고 정숙하고 사내자식 쑥쑥 잘 낳는 색시 얻을 수 있도록, 이라면서 복이와 부선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을 때 갓난아기의 똥냄새에 콧구멍이 간질간질했다.
“아이구, 똥쌌나베, 엄마가 시원하게 해 주지” 희향은 배냇저고리를 열고 꽃대같은 두 다리를 모아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야는 똥 쌌는데도 안 울어요. 우철이 때는 울어서 금방 알았는데. 오늘 아침에도 닭이 울어서 눈을 떴더니만 냄새가 난다 아입니까. 한참 전에 쌌는지 엉덩이가 뻘겋게 물러 있습디다. 보통은 똥 싸면 우는데”
“오오, 냄새 좋다. 에미 젖냄새로구나, 옳지, 착하지” 복이는 폭 30센티미터, 길이 2미터의 하얀 무명을 가위로 잘라 희향에게 건넸다.
“기저귀 찬 거는 장남 하나 뿐이제. 안 그렇겠나, 줄줄이 일곱이나 낳았다 아이가. 기저귀 갈아줄 틈이 어디 있노. 업은 대로 똥이고 오줌이고 그냥 등으로 줄줄 흘러 내렸제” 라며 부선은 똥이 묻은 기저귀를 둘둘 말아 바구니에 넣었다.
“일본 사람들은 어째 하는공. 우리네 집은 온돌이라서 기름 종이가 깔려 있으니까 흘러 내려도 까딱없는데”
“그야 다다미면 보통 일 아니지요. 세 살 될 때까지 기저귀 못 뗀다 아입니까”
두 여자는 모든 것이 조그만 갓난아기의 발가벗은 몸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어 비손 중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째 좀 작다 싶네” 부선이 값을 매기듯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젖이 잘 안나옵니다”
“자네, 푹푹 먹어야지. 아침 먹고 참 먹고, 점심 먹고 참 먹고, 저녁 먹고 참 먹고, 하루 대여섯 번은 먹어야 감당이 되제”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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