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무슨 소리를 하는 깁니까. 누에처럼 먹고 먹고 또 먹고 해야지” 부선이 수다스럽게 말했다.
“그야 먹으라고 하지. 평소 때는 위에 있는 보리밥 싹 걷어서 이 아가 먹고, 아래 흰밥은 사위하고 손자들이 먹는데, 얼라 갖고부터는 이 아한테 흰밥 먹였다 아이가”
“세째 아들 낳을 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장어하고 잉어를 낚아다 줬는데”
“우리 바깥양반은 낚시 안 좋아합니다” 우리 바깥양반은 낚시 안 좋아합니다, 소리나지 않게 다시 한번 중얼거리고, 희향은 긴 한숨을 토했다.
“그라믄 젖, 받아 묵일라나?” 부선은 젖이 나오지 않아 쉬는 한숨일 것이라 혼자 단정하고 물었다.
희향은 자신의 한숨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매달리듯 갓난아기의 얼굴을 보았다.
“삼문동에 사는 보금이 며칠 전에 몸을 풀었다고 하니까 부탁해 볼까?”
“젖은 많이 붑니다” 라며 한쪽 가슴을 열고 갓난아기의 입에 젖꼭지를 물렸지만, 아기는 젖꼭지를 입 밖으로 밀어내면서 칭얼칭얼, 젖이 잘 안 나온다고 엄마에게 떼를 부렸다.
“이 아가 힘없이 빨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못 먹일까 싶어 안달하는 것도 안 좋다 싶습니다”
“안 나오면 받아 먹이면 된다. 그보다 자네, 삼칠일까지는 어느 누가 죽어도 상갓집에 가면 안 된다. 상갓집 문턱을 밟으면 얼라가 곡하는 소리처럼 운다 카니까. 혼삿집도 안 된다. 남의 집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집에 어디가 무너져도 절대 못 박아서는 안 되고, 얼라 몸에 구멍이 뚫린다. 그라고, 아궁이 재도 절대 꺼내 버리면 안 된다. 얼라가 젖 토하면 안 되겠제?”
“우철이 때 다 배워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희향의 눈은 어수선한 마음을 비추고 있었지만 입술은 미소띤 모양이었다.
“그래? 난 또 다 잊어버렸나 했제”
“부선 아줌마야말로 얘기하느라고 산신 할매 잊어버린 거 아닙니까?”
“아이구, 내 정신 좀 봐라, 비손하는 중이었제” 부선은 두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산신상 앞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소원 빌 거 남았습니까?” 희향은 안방의 공기를 휘젓듯 웃으면서 아이를 향한 시선에 더욱 힘을 주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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