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우근아” 희향은 마치 자기 가슴에 웃음을 묻으려는 듯 아기를 안았다.
“우근?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줬는가베. 우근, 오오 이름 좋네 우근 우근아” 복이는 웃음을 간신히 미소로 바꾸고 말했다.
“이름이 우근이라고요? 어떤 글자를 쓰나요?”
희향은 집게손가락으로 산파의 손바닥에 雨자와 根자를 썼다.
“좋은 이름이네요. 비는 하늘의 축복, 근은 그 비를 빨아들여 나무와 풀과 꽃을 자라게 합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달라는 아버님의 바람이 담겨 있는 이름이로군요”
희향은 산파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들의 이름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얼굴을 가리고 울고 싶을 만큼 기뻤다. 아기를 낳고서, 감정을 억누르기가 힘들어졌다. 분노는 금방 끓어올라 터져 나오고, 슬픔은 내 껍질 너머로 넘쳐흐른다.
“너무 오래 있으면 도련님에게 좋지 않을 테니, 전 그만 실례하겠습니다” 산파는 기모노의 옷자락을 여미고 일어섰다.
복이가 산파를 배웅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머니 돌아오면 우근이 좀 봐 달라 카이소. 미안하지만, 가게 좀 봐 주고예”
희향은 지갑과 보자기를 들고 열흘만에 집을 나섰다. 시장에서 쑥떡을 사고, 동연네 집에서 부추와 파를 얻고, 강 건너 상천네 집에서 은어를 사고 나니 태양이 우령산 뒤에 절반이 가려 있었다.
희향은 강둑 위에서 걸음을 멈췄다. 강가 벚나무에는 잎이 돋기 시작했는데, 일본 사람이 신사 경내에 심은 벚나무는 꽃이 한참이라,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 꽃잎이 우스스 떨어진다. 꽃잎이 얇고 동그란 것을 보면 조선 벚꽃하고는 종류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희향은 벚꽃에서 영남루로, 영남루에서 삼나무로 눈길을 옮기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해는 기울었는데 불이 켜져 있지 않다. 해거름 속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아직 가게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저 안에 있을 것이다, 그 여자와. 희향은 자기 집과 여자의 집을 한 시야로 동시에 포착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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