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17…백일 잔치 (2)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35분


“아이구, 할매 얼굴 다 잊어버렸나 하면서, 할매 울라 카더라”

“허풍 좀 그만 떨어라, 할매가 어디 울라 카드노. 니는 항상 얘기할 때 허풍이 심하더라”

“치, 정말 울라 했단 말이다”

“소원아, 오빠한테 말대답하면 못 쓴다, 오빠는 장남 아이가”

“아버지가 제일이고 그 다음은 오빠라 말이재?”

“그래”

“아 싫다. 나는 왜 남자로 안 태어났을꼬?”

“흉내내지 마라”

“흉내내지 마라”

“그만 해라!”

“그만 해라!”

“우철아, 니 소원이 그래 약올리지 마라”

“어머니, 인서가 일본 떡 먹었다고 하던데”

“인서네 아버지는 조선 가스 전기에 다니니까”

“어머니가 길가에서 나눠준 백설기하고 다르게 엄청 쫄깃쫄깃 하다고 그라더라”

“일본 떡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맛있다 카더나?”

“맛있다더라”

“맛있다더라”

“이제 오빠하고는 상대 안 한다. 아 참, 지난번에 교동 사는 호성이가, 용두목 물가에 나무 안 있나? 가지가 이렇게 큰 거”

“호두나무 말하는 갑다”

“호성이가 호두나무에 올라가서, 나무 꼭대기에서 용두목으로 뛰어내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안 올라와서 물에 빠졌는가 싶어서 우리도 물에 뛰어들었다. 그랬더니, 발목 잡혀가지고”

“이제 여섯 살이니까 홀랑 벗고 남자아이들하고 헤엄치지 마라”

“근데 어머니, 용두목에서 몽달 귀신이 나온다는 말 참말이가?”

“거기서 빠져 죽은 사람이 많으니까….”

“아, 무섭다. 을선이하고 오순이도 헤엄치다가 발목 잡혔다고 하던데”

“조심하거라. 강물은 차거우니까, 발 저려서 빠진다”

“빠지면 가라앉나?”

“용두목은 아주 깊고 수초가 많으니까 떠오르지 않는 일도 많지만, 얕은 데서 빠지면 떠내려간다. 이제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오늘은 우근이 백일날이다 아이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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