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19…백일 잔치 (4)

  • 입력 2002년 9월 8일 17시 30분


“하늘 보고 땅 보고 손에 손 잡고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두 손을 흔들면서”

“음치! 노래 그만 해라”

“하늘 보고 땅 보고 손에 손 잡고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두 손을 흔들면서. 아 참, 어머니, 있재…역시 말 안 할란다”

“와? 말 꺼냈으니까 해 봐라”

“오빠가 듣고 있다 아이가”

“오빠가 들어서 안 되는 일이면 말하지 마라”

“어머니, 잠깐 잠깐”

“애 먹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라. 아버지가 저 만치 안 가나”

“오빠는 아버지하고 같이 가라!”

딸이 그 여자의 귀에 입을 갖다댔다. 매앰맴 매앰맴 매앰맴 매앰맴 매앰맨 매미 소리가 시끄럽지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매앰맴

매앰맴 매앰맴 매앰맴 혹 귓속말로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뒤쫓고 있는 게 들켰나? 두근 두근 매앰맴 매앰맴 두근 두근 매미 울음소리보다 심장의 고동이 더 귀에 거슬린다. 만약, 지금,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면, 발각되고 만다. 아니, 그 사람은 돌아보지 않는다,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왜냐고? 느낌이지 느낌, 내 느낌은 빗나간 적이 없는 걸. 앗, 아들이 뛰어가서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두근 두근 매앰맴 매앰맴 두근 두근 쉿! 조용해 해!

“…응, 어머니, 안 되나?”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금방은 사 줄 수 없다. 애 낳느라고 돈이 많이 들어서. 앞으로 3년 있으면 학교에 안 들어가나. 크레용하고 원피스하고 운동화 사 준다”

“3년이나? 인서는 다 있는데…”

“인서는 인서고 소원이는 소원이재. 인서가 소원이한테 없는 거 갖고 있는 거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원이도 인서한테 없는 거 많이 갖고 안 있나. 넘의 거 갖고 싶어하는 것은 좋은 일 아니다”

“그래도 나는 갖고 싶다. 인서한테 없어도, 갖고 싶다”

“3년 참으면, 지금 금방 생기는 것보다 기쁘다 아이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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