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에서는 한 여자가 아이를 낳는 중이었다. 아직 댕기머리를 올리지 않은 여자가 두 다리를 쩍 벌리고 힘을 주고 있다. 곁을 지키는 사람은 과부 숙모 한 명 뿐이었다. 산신 할매 산신 할매 그저 무사히만 태어나게 해 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숙모는 산신상을 향해 중얼중얼 빌면서 두 손을 이마위로 올리고 엎드렸다.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어요, 제발, 사내아이, 라고 여자는 고통으로 토막토막 말을 이으면서 힘을 주었다. 산신 할매 산신 할매, 그저 건강한 사내아이 하나 쑥 낳게 해 주소서, 숙모는 말을 바꿔 산신상을 향했다. 앗, 내려왔어, 나올 것 같아, 라고 여자가 소리치자 숙모는 속치마를 걷어올리고 들여다보았다. 사타구니 사이로 태낭이 나와 있다. 아이고, 다 열렸다, 힘내라! 힘내! 아이구구구구! 여자는 전신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 힘을 주었다. 나왔다! 머리가 나왔어! 조금만 더! 힘 내! 바람은 젯상의 촛불을 흔들며 일어나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에게로 길을 서둘렀다.
남자는 네 살 짜리 둘째 아들과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리어카에서 고무신을 꺼내 선반에 진열하는 것을 거들고 있었다.
“오, 대단타 우리 아들, 아버지가 나중에 무등 태워주마”
“아버지, 군밤 사주라”
“그래그래, 사주고 말고”
“군밤, 비싸나?”
“그래 안 비싸다”
“얼마 하는데?”
“5전 쯤 할끼다”
“밤은 어느 산에서 따 오는데?”
“글쎄다, 어느 산에서 따오는공”
“나, 밤 따보고 싶다”
“그럼 다음에 아버지하고 따러 가자”
“와 신난다! 아버지하고 간다! 아버지하고 간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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