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가예?
뭐가?
내가.
싫을 리가 있나.
좋은가예?
좋지…하지만….
하지만?
…같이 살 수는 없다.
…….
아내하고 갈라설 수는 없다.
…….
건강하고 착한 아를 낳아라.
무슨 뜻이지예?
…….
이제 다시는 안 만난다는 뜻인가예?
만나고 싶다…하지만….
못 만난다 그 말입니까? 와예? 나는 안 만나줘도 괜찮으니까 태어날 아이하고는 만나 주이소. 사내아이한테는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사내아라고 정해진 건 아니잖나.
사내아이입니다.
그게 마지막 얘기가 될 줄이야, 소름이 끼치도록 조용한 집에서, 조용함 속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대체 이 무슨 짓이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만날 수 없다니! 아니, 만나러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만나러 가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보러 오지 않는다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그 사람을 죽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아이를 잉태한 채 강물에 뛰어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그 사람이, 아들의 얼굴을 보러….
돌풍이 불어 삼나무가 포박된 여자처럼 몸을 뒤틀며 쏴아 쏴아 쏴아 하고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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