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하게 싸우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우철은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갈아입을 옷과 운동화를 놓아둔 운동장 구석으로 이동하여, 수건으로 콧물을 닦았다. 춥다. 발가락의 감각이 없어져가고 있다. 이럼 안 되는데. 좀 뛰면서 몸을 데워야지. 보자기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운동화 끈을 고쳐 매려는데, 손이 곱아 풀리지 않는다. 우철은 손바닥을 몇 번이나 호호 불고서 운동화 끈을 풀어 꼬인 채 교차된 부분을 바로 했다. 운동화야, 운동화야, 아무쪼록 내 발을 그 누구보다 빨리 종점으로 데려다 다오, 내 소중한 운동화야. 올 봄까지 작업화를 신고 달렸는데 오래 달리면 발바닥이 아팠다.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건너편 신발 가게에 특별히 주문한 운동화다. 아버지는 왜 경쟁 상대네 가게에 신발을 주문하느냐고 화를 냈지만, 고무신과 작업화와 우산과 사각 모자밖에 팔지 않는 우리 가게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양화점은 일본 사람을 상대로 구두와 운동화를 만들어 팔고 있으니. 나는 발 모양을 뜨기 전에 자세하게 주문했다. 색은 검정이고, 가능한 한 부드러운 가죽이 좋습니다, 바닥은 두툼하고, 7밀리미터 정도의 쇠를 10개 박아 주십시오. 종이하고 연필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어린아이 송곳니 같은 쇠징입니다. 바닥에 가죽만 있으면 달릴 때 미끄럽거든요.
우철은 운동화 끈을 나비 모양으로 묶고 일어섰다. 오른쪽이 약간 끼는 것 같다, 다시. 발꿈치를 땅에 대고 발끝을 세우고 앞에 있는 구멍부터 조금씩 푼다. 일어선다. 이번에는 뒷꿈치가 약간 헐렁하다. 안 되겠어, 다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우철은 혀를 차면서 털버덕 앉았다. 초조해 하면 안 된다. 우철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일부러 천천히 끈을 풀어 첫 구멍부터 다시 끼었다. 그리고 달리는 중에 끈이 풀리지 않도록 나비 모양 매듭을 두 번 묶고 일어섰다. 음, 이제야 제대로 된 것 같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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