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혜가 눈을 떴다. 그리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우철은 아내의 촉촉한 눈길과 미소짓는 입가를 아주 가까이서 보았다. 인혜가 눈을 감았다. 우철이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살짝 누르자, 눈을 뜬 인혜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둘은 더 이상 가까울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맞대고 미소를 나눴다. 인혜는 자기 얼굴을 보면서 미소짓는 남편의 얼굴을 기억에 담고 싶었지만, 너무 가까워 두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눈으로 눈을 삼킨 것처럼 눈이 눈으로 가득해져….
둘이서 맞이한 첫 아침이었다. 둘은 아침의 고요함을 나누기 위해서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소리 없이 누웠다.
“아 참, 곰이나 큰곰 꿈 안 꿨어예?”
“뭐?”
“곰이나 큰곰이면 아들이고, 뱀이나 살무사면 딸이라고 하던데”
“아아, 태몽 말이가. 태몽은 보통 엄마가 꾸는 거 아니가?”
“아버지가 꿀 수도 있답니다. 안 꿨어예? 나 만나고부터”
“…글쎄, 꿨을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안 나네. 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영웅이 태어날 때는 태양이나 별이 입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꾼다고 그카든데”
“나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예. 장화하고 홍련의 어머니는 선녀한테서 꽃을 받는 꿈을 꿨다고 하고, 태조 이성계의 어머니는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기 배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캅디다. 어젯밤 무슨 꿈 안 꿨어예?”
“생각이 안 난다. 아주 좋은 꿈이었는데, 첫닭 울음소리에 잠이 깼는데…아, 조금은 생각이 날 것도 같다…누가 나왔었는데…”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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