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93…전안례(奠雁禮) 15

  • 입력 2002년 12월 9일 17시 56분


우철은 숟가락을 입으로 옮기면서 우홍을 생각했다. 나는 열일곱 살에 아내를 맞았다. 우홍은 독신으로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이 될 것인가. 아니, 우홍에게 스무 살, 서른 살 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우홍에게 의미 있는 일은, 자기가 되고자 결심한 존재가 되는 것. 아니다, 우홍은 자기 존재 따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홍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아내를 맞고 자식을 낳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나날의 생활 속으로.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 역시 언젠가는 이 말을 따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로?

문이 열리고 인유가 우물물을 담은 놋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우철은 세수를 하고, 인유에게서 수건을 받아 물을 닦았다.

“장인 어른은 일어나셨습니까?”

“네.”

“채비하고 인사 올리러 가겠습니다.”

우철은 바지 앞섶을 여며 허리끈을 동여매고, 발목에 대님을 말아 묶었다.

“그럼, 내 먼저 간다.” 우철은 신방에서 나왔다.

인혜는 거울 앞에 앉아 댕기머리를 풀어 내렸다. 손바닥에 동백기름을 두세 방울 떨어뜨려 머리카락에 바르고 윤이 날 때까지 빗으로 꼼꼼히 빗어내린 후, 셋으로 갈라 땋았다. 땋은 머리를 둥그렇게 말아 올려 쪽을 지어야 하는데, 숱이 너무 많은 탓인가 너무 크게 만 탓인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아이구 참. 인혜는 심호흡을 하고 비녀를 빼고 머리를 다시 올렸다. 하기사 어제까지 댕기머리였으니 어쩔 수 없지, 얼마나 지나야 언니들처럼 손쉽게 예쁘게 올릴 수 있을까? 한 달? 두 달?

인혜는 땋은 머리를 둘둘 말아 비녀를 꽂고 머리끝을 쪽 안에 집어넣어 감췄다. 간신히 쪽이 제 모양을 갖추기는 했는데, 이래가지고는 걷다 보면 틀림없이 풀어질 것 같다.

인혜는 신방에서 나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언니를 불렀다.

“인유 언니야! 머리가 잘 안 올려진다.”

“아이구, 지난번에 가르쳐줬다 아이가. 늦잠 자고 머리 하나 못 올리는 마누라를 어데다 써 먹겠노.”

인유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 동생을 거울 앞에 앉히고 머리를 빗겼다.

“알겠나? 땋은 머리를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서 빙빙 말아 올린다. 잘 봐라. 우선은 꼭꼭 땋아서 머리 끝을 검은 천으로 단단히 묶고, 적당한 크기로 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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