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저편 202
몽달귀신 4
수건으로 얼굴에 돋은 땀을 닦고 눈을 뜨자 풍로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아이구, 우짜노! 인혜는 서둘러 석쇠에서 꽁치를 들어내 접시에 담았다.
소원이 고모가 늦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나? 일본 선생은 학생이 말을 잘 안 들으면 수업이 다 끝난 다음까지도 세워둔다 카던데, 고모한테는 그란 일 없겠제. 공부도 잘 하고 친구도 많고, 벌 받을 일 하나도 없제. 이제 금방 돌아올 거다. 그래도 오늘은 유과 못 만들겠네, 하기사 찹쌀은 오래 불거 두면 보드라워지니까, 내일 만들면 되겠지만도. 인혜는 무쇠솥의 뚜껑을 열어 주걱으로 밥을 퍼내고 누룽지가 눌러붙어 있는 솥에 뜨물을 붓고 뚜껑을 덮었다.
상을 바닥에 내려놓고 안방 문을 열자 시아버지와 남편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아버지 앞에 펼쳐져 있는 동아일보의 표제가 인혜의 눈에 들어왔다. ‘장(蔣)씨, 비행기로 개선’
“저녁 준비가 다 됐는데예”
“소원이는 뭐하고?” 우철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좀 늦네예” 이 집에 시집온 날부터 죽 소원 고모가 밥상을 옮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밥상을 옮기기는 처음이다.
“단속 잘 해야제. 한참 나이 아이가” 용하가 신문을 넘겼다.
인혜는 마당으로 질러가게 뒷문을 열었다.
“저녁 준비 다 됐습니다”
고무신을 늘어놓고 놀고 있던 우근이 돌아보았다.
“어서 오시소”
“고무신 한 켤레 주이소” 인혜는 손님이 되었다.
“50전입니다”
내민 조그만 손바닥에 동전을 떨어뜨리는 시늉을 하고, 인혜는 미소짓는 시어머니를 보았다.
“아가씨가 아직 안 돌아왔어예”
“뭐라꼬?”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길을 내다보았다. 길은 벌써 캄캄한 어둠이었다.
희향은 잠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엉덩이를 들었다.
“내 학교에 좀 가 봐야겠다, 먼저 먹고 있거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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