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는 것만큼은 싫다. 젖은 이불과 바지, 속바지를 며느리 손에 벗겨야 할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용하는 인혜의 얼굴을 보았다. 납빛 눈두덩이 안구 모양으로 도드라져 있기는 한데 움직이지 않는다. 젖먹이 돌보랴 내 병 수발 들랴 진이 빠질 것이다. 겨우 사흘에 홀쭉하게 야위었다. 영양도 수면도 충분히 취해야 젖도 잘 나올텐데…<이제…영락없이…이대로…그렇다면…빠른 편이 좋다>…이 이상…다시 잠을 청해볼까, 잠이 들면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용하는 눈을 감고, 며느리와 손녀의 숨소리를 들었다. 두 숨소리가 겹치고…손녀 쪽이 훨씬 더 빠르다…쌕 쌕 쌕…이렇게 남의 숨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아프지만 않으면 한결 좋으련만….
눈꺼풀 속 어둠에 노란 고리가 퍼지면서, 소변을 보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역시 못 참겠다, 깨워야겠다, 아니 좀 더 참아보자, 다른 생각을 하자, 다른 생각을. 내일은 시장이 서는 날이다. 우철이가 기평이하고 완재에게 연락을 제대로 해 주었으려나. 기평이는 우리 가게에서 10년이나 일했으니 일당 40전, 완재는 작년 가을부터 일한 데다 아직 제 몫도 못 하니까 25전인데, 희향이 알려 줬겠지….
그때 따끈한 청국장 냄새가 천천히, 마치 다른 세계에서 흘러 들어오듯 문틈으로 들어와 방바닥을 스쳤다. 꼴깍, 용하는 마른침을 삼키고 눈을 떴다. 식욕은 없고 행여 먹었다가도 토할 게 뻔하지만 먹어보고 싶다. 희향이 끓인 청국장은 일품이니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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