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삿대질을 늦추자 배가 멈췄다. 우철이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이 담겨 있는 하얀 상자 뚜껑을 열었다.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상자를 기울이자,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바람과 물이 그 사람을 데리고 가고 말았다.
갑자기 목이 메고 숨이 막히고, 그 사람이 죽고서도 한번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사람은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이 땅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 땅을 찾아온 것도 아니다. 그 사람에게 밀양은 흐르고 흐르던 도중에 어쩌면 들린 타향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야 그 사람의 부탁이 얼마나 애틋하고 간절한 것인지를 알겠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이다.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강바람에 낚싯배가 흔들리고, 그만하면 다 됐지예, 라며 사공이 삿대질을 하려 했다. 잠시만, 잠시만 더, 이 강바람이 잦아들 때까지만 기다려 주이소,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나무가 돌이 되도록 목숨하고 복을 지켜 주이소, 다 가져다가 대동강에 풀어놓으이소, 극락 세계에 가서 왕생하이소, 제일 좋은 곳으로 가이소, 그라고, 아이들 고생도 다 가져 가이소.
희향은 고리짝에서 종이가 누렇게 바랜 ‘마의상법(麻衣相法)’과 해진 보따리를 꺼냈다. 그 사람이 밀양으로 흘러들었을 때 갖고 있었던 것은 이 두 가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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