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짜다가. 밑에 돌이라도 있고 머리부터 떨어지면 어디 다리만 부러지겠나”라며 희향이 눈살을 찌푸렸다.
“삼촌, 송진은 우째 따는데?”라고 미옥이 숟가락으로 수제비를 뜨면서 말했다.
“나무 껍질을 과도로 벗기든가, 가지를 꺾는다. 그라면 조금 있다가 노란 수액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걸 기름종이에 싸는 기라. 그라면 금방 말라서 굳는다.”
“맛있나?”
“묵는 거 아이다. 호롱불 기름으로 쓰는 거 아인가 몰라.”
“군수용이다”라고 우철은 수제비 국물을 삼키며 말했다.
“뭐에다 쓰는데?” 우근은 숨죽인 듯한 눈빛으로 터울진 형을 쳐다보았다.
“화물자동차 연료로 쓴다.”
“이 봐라, 송진이 손톱에 껴서 새카매졌다. 매매 씻어도 영 안 벗겨진다. 봄에는 포플러면 따느라고 고생했재.”
“포플러면은 군복에 쓰는 기다.”
“미야케 선생이 ‘나라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카면서.” 우근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빛나는 눈으로 형의 얼굴을 보았다.
“일본 아들이 다니는 심상 소학교 숙제에는 송진 채집하고 포플러면 채집 같은 거 없다.”
“…가는 길에 솔잎하고 속껍질도 좀 따오라고 했습니다. 솔향기가 나지예, 쌀가루에 속껍질을 좀 섞었습니다. 오오, 내 새끼.” 인혜는 잠에서 깨려 버둥거리는 딸을 왼팔로 어르면서 오른손으로 수제비를 떠서 아들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제 지 손으로 먹으라 캐라. 세 살이다.” 희향이 누구의 얼굴도 보지 않고 수제비 그릇에 목소리를 떨궜다.
우근은 송편을 집어 바라보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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