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라.
어디 있습니까?
반다지다.
우철은 부엌에서 호롱불을 들고 와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사랑방에 들어가 반다지 문을 열자, 있었다! 장도칼은 반다지 바닥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우철은 호롱불을 우물가에 내려놓고, 대야 물에다 장도칼을 넣고 흔들었다. 호롱에 기름이 다 떨어져 불이 꺼졌다. 물에서 장도칼을 꺼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무얼 하면 되는지는 손이 알고 있었다. 쓱쓱 쓱쓱 쓱쓱, 칼 가는 소리가 울리는 공간과, 벌레 소리가 울리는 공간이 같은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귀뚤귀뚤 쓰르람쓰르람 찌르르르, 나의 일부는 지금도 그 꿈속에 포함되어 있고, 그 남자의 일부는 이 현실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내가 꿈속에서 그 남자를 보았던 것처럼, 그 남자 역시 장도칼을 가는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도는 달빛을 반사하며 빛나기 시작했지만, 우철은 칼 가는 동작을 멈출 수가 없었다. 쓱쓱 쓱쓱.
첫닭이 울자 동시에, 면 셔츠와 바지로 옷을 갈아입은 우근이 마당으로 나왔다. 늦잠을 자면 그냥 두고 간다는 약속을 하고서 달리기 시작한 지 열아흐레가 되는데, 아직 그 약속은 깨지지 않았다. 양화점에 우철이 신고 있는 것과 똑같은 운동화를 특별히 주문했지만, 일주일은 걸린다고 하여, 그때까지는 작업화를 신고 달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다른 가족이 깰까봐 소리나지 않게 라디오 체조를 하고 잰걸음으로 새벽녘의 거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강둑길에 접어들자 달리기 시작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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