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군 밀양면 내일동 15번지 구니모토 우테츠
위는 1900년 0월0일 애투섬에서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이를 알립니다
면사무소에 대한 사망보고는 호적법제119호에 의거 이쪽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에 지쳤다 그러나 일본군인으로 중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을 죽이고 싶지도 않고 일본 군인으로 연합국군인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도 않다 일본군이 전쟁에 지치는 날은 없을까 하기야 싸우고 싶어하는 자가 싸움에 지치고 싫증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어둠 속에 대동아공영이란 거대한 대들보를 박고 더듬더듬 골조를 세우고 있다 같은 어둠 속에서 병사들의 손발이 잘려나가고 비바람에 썩고 새와 벌레에게 먹히고 있는데 그 해골 앞에 향이 피워지는 일은 없다 가령 누군가 피운다 해도 금방 꺼지고 말 것이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어둠에 녹아 있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다 솔솔 살랑살랑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육체 속에서 몸부림치던 혼은 육체의 소멸하면 어디로 갈까? 육체와 함께 소멸하는가? 어둠에 빨려들어 어둠과 하나가 되는가? 아니면 바람을 타고 천리만리 떠돌아다니다 귀향하는가? 솔솔 살랑살랑 솔솔 살랑살랑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보았다는 듯 바람이 그치고 나는 입을 다물 듯 생각을 그쳤다 후득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손전등을 켰다 몇 번 깜박이다가 뿌연 빛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몇 초 만에 꺼지고 말았다
1943년 7월 25일 무솔리니 이탈리아 수상 사임
로마 급전=스테파니 통신사의 보고에 따르면 이탈리아 황제 엠마누엘 3세의 포고문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국민들이여, 오늘부터 짐이 전 이탈리아군의 최고 사령관이다. 이 엄숙한 가을, 그대들은 각자의 의무와 책임과 전투 부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상의 의무 로부터 이탈하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책임의 전가도 용서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국의 성스러운 땅을 훼손한 중대한 상처를 숙지하고 있는 바, 무장병력의 용감한 투쟁과 시민의 결의로 다시금 부흥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짐은 정부의 수반 대우 국무대신의 의무에 관한 베니토 무솔리니 수상 각하의 사의를 수리하고, 이 자리에 원수 피에트르 패드리오 각하를 임명하였다. 오늘 짐은 조국의 영생불사에 대한 부동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대들과 굳건히 결합되어 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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