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35…아메 아메 후레 후레(11)

  • 입력 2003년 6월 6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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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산이 우루루 화물차 가는 소리에

금붙이 쇠붙이 밥그릇마저 모조리 긁어 갔고요

어랑어랑 어허야

이름 석 자 읽고서 족보만 들고 우누나

큐큐 파파 언제 진짜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언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을까 언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이구 뜨거워라! 빠작빠작 굽히는 것 같다 모자를 쓰고 올 것 그랬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태양이 살아 있는 심장처럼 두근두근 방망이질하고 큐큐 파파 강물이 눈부시다! 큐큐 파파 저녁 햇살이 비친 흐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쩌면 한강이나 압록강이 더 웅대하고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강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큐큐 파파 봄이면 은어를 낚고 여름이면 뛰어들어 수영하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고 큐큐 파파 그 뿐인가 어머니가 내 기저귀를 빨았고 할매가 어머니의 태반을 떠내려 보냈고 누나가 빠져 죽었고 아버지와 조카의 유골이 녹아 있는 물이다 큐큐 파파 내 몸에 피가 돌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에는 이 강물이 흐르고 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모든 사람들이 폭력에 겁을 먹고 근거없는 소문에 좌지우지하고 있다 큐큐 파파 형까지 큐큐 파파 서른 살인 형보다 내년이면 열아홉 살인 내가 징병당할 가능성이 높다 큐큐 파파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큐큐 파파 무섭다 큐큐 파파 내가 성인이 되는 것이 먼저일지 전쟁이 앞서 끝날지 빛을 거른 저녁 해가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미소 짓는 듯이 보이는 순간 붕 붕 하야부사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자유! 우근은 줄지어 날고 있는 하야부사에게 미소를 날렸다 자유란 권력이나 부의 힘으로 제멋대로 날뛰는 것이 아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무리 힘 있는 자가 윽박질을 하고 감옥에 처넣고 허리를 쇠사슬로 묶고 수갑과 족쇄를 채우고 곤봉으로 때리고 부젓가락으로 지지고 거꾸로 매달아 코에다 물을 부어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속박과 고통과 공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혼을 부둥켜안고 꿋꿋이 서 있는 것이다 큐큐 파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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