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복 공장에서 일하지 않겠어요. 돈을 많이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옷을 입어요. 삼년 일하면 집에 돌아와요. 그 전에 시집가면 언제든지 집에 와요”
에이코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단어와 단어를 억지로 갖다 붙인 조선말이 우스워서였다.
“나, 일본말 할 줄 알아요. 보통학교 5학년입니다” 에이코는 오른쪽 볼에 생긴 보조개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5학년이면 열다섯 살?”
“아니요, 아홉 살 때 들어가서 지금 열세 살이에요”
“열세 살이라. 나이치곤 침착하군…지금 내가 한 말, 알아들었나?”
“발음이 좀 이상해서, 앗 죄송해요, 이상하다고 해서…” 에이코는 서둘러 아래위 입술에 힘을 주었다. 맥박이 몇 번 뛰는 동안, 에이코는 자기와 남자 사이에 피어 있는 엉겅퀴에 앉은 새카만 나비를 쳐다보았다. 박쥐? 아니지, 역시 나비야, 이렇게 큰 나비는 처음 보네. 훨훨 날아오른 호랑나비는 에이코의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였다. 해가 지면 나비는 날아다니지 않는 걸로 알았는데, 가로등하고 호롱불에 모여드는 것은 나방이고….
“일본에 있는 군복 공장에서 일해보지 않겠나. 돈도 많이 벌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있는데. 3년만 일하면 돌아와도 괜찮고, 그 전에 혼처가 정해지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데. 모집은 다 끝났지만 내일 부산으로 가면 되니까, 너는 일본말도 잘 하니까 아무 문제없을 테고, 특별하게 대우해 줄 수도 있어” 남자는 눈초리로 소녀를 쳐다보았지만 소녀는 입을 꾹 다문 채였다.
남자도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침묵하였다. 그 침묵에는 교활함이 숨어 있었는데, 소녀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분 동안의 침묵 후, 남자는 소녀의 윗입술이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피뜩 올라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디서 일하는데요?”
“후쿠오카”
“…후쿠오카…머네요”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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