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45…아메 아메 후레 후레(21)

  • 입력 2003년 6월 1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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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우근은 오른손을 들고 흔들며 제자리 뛰기를 했다.

“잘 가이소” 에이코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소녀는 우근의 숨소리를 따라 걸음을 내디뎠다. 와 신난다, 나 그 사람하고 말했다, 신난다, 신난다! 에이코는 깡충거리듯 걸었다. 이렇게 매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면 우리들 사이좋아질지도 모르는데, 나를 좋아해 줄지도 모르는데.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교복 차림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다는 건 좀 아쉽다, 9월 신학기가 시작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교준은 봤다던데, 하얀 셔츠에 회색 바지에 검정 사각모를 쓴 그 사람을. 아랑제 때 동기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건 더 아쉽고…자색 비취색 저고리, 쪽빛 다홍빛 치마…역시 대나무 반 가네야마 교코가 뽑히려나, 나 어렸을 때부터 동기 돼보는 게 꿈이었는데…그 사람 3년 사이에 누구하고 결혼할지도 모르지, 벌써 열여덟 살이니까, 이런저런 감정들이 검은 구름처럼 무겁게 에이코의 가슴을 짓누르고, 그 구름들 새로 솟아난 목소리가, 너 왜 그렇게 멋대로니, 가족하고 의논도 하지 않고, 혼자서 덜렁 고향 떠나서 뭐가 잘 되겠다고, 라고 머리 속에서 메아리쳤지만, 에이코는 모기를 쫓아내듯 머리를 흔들고 팔로 박자를 맞추며 노래했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쟈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에이코는 삼랑진역의 대합실 문을 열었다. 대합실은 부랑자와 계절 따라 이동하는 노동자들로 북적거렸고, 밤을 밝혀 밀항한 배의 선창처럼 공기가 탁했다. 에이코는 숨을 멈추고 앞으로 나갔다. 어제 만난 그 남자를 찾으려 했지만, 어둠 속에서 본 남자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여!”

등 뒤에서 누가 불렀다. 사냥모가 낯익었다. 남자는 커다란 가방 위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잘 잤냐?”

“안녕하세요”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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