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46…아메 아메 후레 후레(22)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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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그냥 지나쳐서 쓱 가버리더구나.”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얘기라서, 못 오는 줄 알았다.”

“왔잖아요.”

“부모님이 용케 허락을 해주었군.”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시고 어머니뿐이었어요…말 안 했어요…하면 보나마나 반대할 것 같아서…그럼 안 되나요?”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네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가지고 오면 부모님도 기뻐할 거다.”

“…그쪽에서 자리 잡으면 편지 쓸 거예요.”

“그래. 아침은 먹었느냐?”

“아니오.”

“여기는 너무 복잡하니까, 홈에서 장어 도시락 사먹자. 장어 도시락은 삼랑진의 명물 아니냐.”

“…그런데, 나, 돈 하나도 없어요. 기차표하고 도시락 값, 공장에서 월급 받으면 갚을 게요.”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너처럼 우수한 인재를 데려가니 내가 더 고맙지. 여비하고 식비 다 내가 낼 거고, 건너가서도 먹는 것은 공짜다. 옷하고 신발 같은 것도 다 거저 줄 테고.”

“그렇게 잘 해주시면…열심히 일할 게요.”

“도시락이요! 장어 도시락!” 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가오는 감색 작업복 차림의 소년,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복숭아를 파는 소년은 갓 변성기가 되었는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복숭아요, 복숭아!”하고 중얼거리고 있다. 에이코는 햇볕에 그을린 소년들의 손발을 보고, 지금이 여름방학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사흘 후 아침, 고바야시 선생님이 매화반 교단에 선다. 이토 유코! 네! 가네카와 쇼미! 네! 가네모토 에이코? 창가 뒤에서 세 번째 자리가 비어 있다. 방과 후, 교준과 게이코가 우리 집에 찾아갈 테지. 어머니하고 오빠가 뭐라고 할까? 아니지, 오늘밤이면 벌써 삼문동 반장에게 알려질 테고, 내일 아침에는 경찰에 수색 신청을 할 거다…일대 소동이 벌어지겠지…돌아가려면 기회는 지금인데.

“복숭아는?”

“복숭아요? 됐어요. 도시락만 먹어도 배불러요.”

“사양할 거 없다. 갈 길이 먼데, 두세 개 사놓자.”

남자는 도시락과 복숭아를 두 개씩 사고, 벤치에 앉아 허리춤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몇 시예요?”

“이제 10분 남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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