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먼 여행을 하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시집을 가서 아이 낳으면 집 밖에 나가기가 힘들겠지, 우리 엄마도 밭일 할 때나 시장 볼 때가 아니면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는걸, 엄마한테는 2리도 채 안 되는 영남루도 먼 데니까. 아아 엄마,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내가 용두목에 빠져 죽은 줄 알고 오빠하고 둘이서 횃불 들고 찾아다니면 어떻게 하지, 새카만 강물과 산을 향해서 내 이름을 목메어 부르며 울고 있는 건 아닌가 몰라. 아아, 엄마! 오빠! 깨끗이 털어놓고 허락받은 후에 나오는 건데 그랬어. 하지만 그랬으면 이 기차 못 탔을 거야, 하루 만에는 절대 설득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그래도 몇 글자 적어놓기라도 할 걸 그랬나봐. 여자 혼자 몸으로 나를 이렇게 키워준 엄마의 속을 뒤집는 짓거리를 하다니, 난 불효자식이야. 엄마, 오빠, 용서해 주세요, 군복 공장에서 돈 많이 벌어서 꼭 보답할게요, 공장에 도착하면 곧바로 편지 쓸게요. 소녀는 머릿속으로 쓴 편지를 봉하고 한참이나 오줌을 참고 있었다는 생각에, 잠자는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문을 닫고 문이 단단히 잠긴 것을 확인하고 속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걸터앉았다. 변기라고 해야 구멍 뚫린 널빤지, 사타구니 사이로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선로에 깔린 돌이 그대로 보인다. 어지럽다, 안 되겠어 밑을 보면, 굉장히 흔들린다, 아 무서워, 떨어지면 어떡해, 소녀는 난간을 꽉 잡고 오줌을 누고는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디딤대에서 한쪽씩 다리를 내렸다. 세면기 위 동그란 거울에 꾀죄죄한 얼굴이 비쳤다.
안동역은 4번 홈까지 있는 큰 역이었다. 전구에 유리 덮개를 씌운 전등이 우윳빛 뽀얀 빛을 뿌리고, 2번 선에는 도착 시간 30분 전에 물과 석탄 보급을 끝낸 파시로 541과 빨간 깃발을 든 연결사가 ‘대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륙’은 0시52분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안동까지 객차를 끌고 온 파시로 582가 객차에서 분리되자 연결사는 재빨리 연결 작업을 시작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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