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93…낙원으로(10)

  • 입력 2003년 8월 1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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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덮인 어두컴컴한 짐칸에서 내내 흔들린 탓에 시간 감각이 마비되어 어느 정도 지났는지 짐작이 안 갔다. 후득 후득 포장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후드득 후드득, 쏴아 쏴아 빗발이 굵어졌다. 아메아메, 후레후레, 카아상가… 하고 입속에서 중얼거리며 소녀는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고 고무줄을 꼭 쥐었다.

팔을 흔들며, “다 왔어”라고 하는 소리에 퍼뜩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잠이 들었었나 보다…트럭은 서 있고, 짐칸 뒤 포장이 열려 있었다.

“여보(조선 사람을 지칭하는 차별어), 빨리 내렷!”

허둥지둥 발을 땅에 내려놓았는데, 비로 질척질척한 뻘건 흙에 발목까지 빠지고 말았다.

“…신발이 벗겨져서….”

“내버려 둬! 나중에 군화 지급할 거니까 맨발로 걸어, 뭘 꾸물거리는 거얏!”

아무 말이 없는 일몰 속에서 소녀는 지팡이처럼 뻣뻣한 다리를 움직여 앞쪽에 덩그마니 보이는 1층짜리 가옥을 향해 걸었다.

소녀는 간판에 검정칠로 쓰여 있는 두 글자를 읽었다.

낙원.

입구 문이 열리고 국방색 광부 바지를 입은 대머리 남자가 나왔다.

“너, 몇 살이냐?”

“열세 살요.”

“열셋?…거 참…왜 열세 살짜리 어린애를 보낸 거지…너, 남들이 물으면 열네 살이라고 해라, 알았지?”

“네.”

“이름이 없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아이코, 아니지 아니지, 아이코는 제 발로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재수 없고, 다케오하고 나미코라고 아니?” 혀가 긴 탓인가 아니면 이가 빠진 탓인가, 남자는 단어 하나를 말할 때마다 여기저기 침을 튀겼고, 발음도 분명치 않았다.

“아니요….”

“그럼 오늘부터 너는 나미코, 너는 고하나다. 나미코는 7번, 고하나는 2번 방에서 간편복으로 갈아입어라. 옷 다 갈아입으면 장화 신고 위생실에 가서 검사받고. 아 참, 그리고 나는 다들 아버지라고 부르니까, 너희들도 그렇게 부르고.”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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