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는 또 어떻고, 120명분의 식료품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되니 그 고생이 말이 아니지. 출발할 때 건빵하고 통조림, 쌀 같은 거 배낭에 잔뜩 메고 가기는 하지만, 사흘도 못 가 다 떨어져. 어떤 자들은 집안에 들어가 쌀이나 된장, 냄비를 찾고, 또 어떤 자들은 닭, 돼지, 소를 쫓아다니고, 밭에서 채소와 무를 뽑는 자도 있고. 쌀은 별로 없었어. 중국 사람들은 무슨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밥을 짓지 않으니까, 보통 때는 그냥 빵 쪄서 먹잖아. 널찍한 냄비 뚜껑 열어서 빵이 있으면 ‘빵이다! 빵’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워.
징발을 하려고 해도 창콜로들은 거의 다 도망치고 없으니까, 어떤 때는 먹을 만한 게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그러면 다들 밭을 훑고 다니면서, 호박이다, 하고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가는데, 호박은 가마니에 가득한데, 새끼줄이라도 있어야 옮기지.
논에 떨어진 이삭 주워서, 그걸 돌이나 나무로 두드려 껍질 벗겨서 양말에 담아 오는 일도 있었어. 껍질을 제대로 못 벗겼으니 삼키기도 어렵잖아. 처음에는 이로 대충 깨물어서 뱉어내는데, 그러기도 귀찮고 피곤하니까 그냥 꿀꺽 삼키는 거야. 그래도 아침 점심도 못 먹고 행군한 날에는, 다들 불평 한마디 안 하고 꿀꺽꿀꺽 삼키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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