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적 여름 소아마비에 걸렸다. 처음에는 두 손발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엄마가 만져주고 주물러준 덕분에 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왼손과 왼발의 마비가 풀려, 엄마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그럭저럭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하나 뭔가를 할 수 있게 될 때마다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쳐주고, 껴안고 볼을 비벼주었다. 그래서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칭찬을 받으려고, 하얀 접시에 담긴 알록달록한 바람떡을 향해서 왼손을 은쟁반 위로 조금씩 조금씩….
그런데 보통학교에 들어가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적고 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연필과 크레용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바늘에 실을 꿸 수도 없고. 체육시간에는 늘 앉아서 구경만 할 뿐, 어쩌다 공이 날아오면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도 못해 코피를 흘렸다. 한겨울에 비가 올 때면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왼손 하나로 우산을 받치고 있기가 너무 힘들고, 고인 물을 피해갈 수 없어 장화 속까지 흙탕물로 질퍽질퍽했다. 겨우겨우 교실에 들어가면 엄마가 등에다 메준 책보따리를 푸는 데 시간이 걸려, 선생님이 교단에 서서 기립이라 호령하는데도 그대로 메고 있던 적도 있었다.
모두들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인데, 내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있는 머리와 있는 힘을 짜내 하나, 하나 해나가도 아무도 기뻐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았다. 아무도… 지켜봐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교실에 있으나 운동장에 웅크리고 있으나, 나는 마치 없는 것 같았다.
학교가 끝나 집에 돌아가면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곧장 이부자리에 드러누웠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 손발까지 욱신욱신 아파 분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보고 싶지 않았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듣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지도 않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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