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80…귀향 (14)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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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나미코는 부산으로 향하는 배에서 우연히 우철을 만나 그동안의 얘기를 하고는, 새벽녘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1946년 2월, 의열단원 김원봉이 고향 밀양으로 돌아오는 날, 그의 심복인 윤세주의 가족들도 윤의 귀향을 고대한다. 그런데 우철의 옛 친구 우홍은 그의 부고를 전한다.

“…바다로 다가가면 모래가 젖어 있고, 저벅 저벅 발자국이 남아…파도가 토해내는 소금 냄새를 가슴 한 가득 들이쉬고 오른쪽 왼쪽…하얀 거품이 허벅지를 적시고 오른쪽 왼쪽…모래의 움직임을 발바닥으로 느끼면서 오른쪽 왼쪽…허리까지 바다에 잠기면 걸음을 멈추고…수평선 저 너머로 태양이 지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기라…바다의 어둠에 뒤섞여 그 사람이 찾아오기를 꼼짝 않고 기다리는 기라…해가 떨어지자 일렁이는 파도가 껴안고…내동댕이치고…아이고 그래 당신 마음대로 해라 난 당신 끼니까…환희로 몸을 뒤틀면 검은 파도가 덮치고, 파도 머리를 핥는 하얀 물보라가 눈에 튀어 눈을 감는 순간, 나는 머리까지 송두리째 파도에 삼켜져 저 먼 바다로 밀려 가…힘을 다 빼고 바다에 몸을 맡기고…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들리는 것은 그 사람 목소리뿐…미령아, 정말 예쁘다.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전부 내 거다….

그 사람이 죽은 지 15년, 나는 모래사장으로 밀려 올라온 조개껍데기처럼 파도가 밀려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이제야 겨우…봐라…들리제…철썩…철썩…소진아 아이고 소진아 귀여운 내 새끼 그 사람의 귀여운 딸, 아이고 아이고 네 얼굴에 손이 닿지 않는구나. 좀 더…그래 좀 더 가까이 오너라. 더, 더…엄마 볼에다 뽀뽀도 하고…아이고 내 새끼…엄마가 죽으면 화장을 해라…뼈하고 재는 강에다 뿌리고…강바닥에서 그 사람하고 부부의 잔을 나눌 끼다…물에 빠져 죽은 우리 아버지도 용두목에서 새 손님을 환영해 줄 끼고…소진아 아이고 소진아,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너의 이름을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저 흐르는 강물 소리에 귀 기울여 보거라…언제나 너를, 언제나 부르고 있다…엄마도, 죽으면 아버지하고 같이 네 이름 불러주꾸마…소진아…소진아….”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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