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94…목격자(10)

  • 입력 2004년 2월 5일 19시 04분


본명은 김연태, 호는 경암, 생년월일은 단기 4260년 6월 12일, 본적은 밀양군 밀양면 교동입니다…네, 장남입니다…틀림없습니다…아, 그건 아닙니다. 난 조선민주애국청년 동맹의 운동원이 아닙니다…아니요, 난 그냥 떨어져 있는 삐라를 주워서…절대 아닙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주머니에 넣었을 뿐입니다. 다발로 떨어져 있기에 그대로 집어넣은 겁니다. 바람에 날려서 사방으로 흩어지면 큰일 아닙니까. 삐라를 뿌려요?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만약 말이죠, 이 김연태가 삐라를 뿌리는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그 놈을 데리고 와 보라고요. 사람을 잘못 본 게 확실해질 테니까요.

나는 경남상고 육상부입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복근 운동에 팔굽혀펴기, 부기에 주산에, 먹고 자고 씻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면학과 운동에 정진하고 있다고요. 정치운동 같은 거 할 틈이 있으면 복근운동 한 번 더 하겠습니다…거짓말이라고요?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뭐 합니까?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하면 입이 삐뚤어진다, 거짓말은 도둑질의 시작이라고 증조할배, 할배, 아버지한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받았는데…. 만에 하나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칩시다. 하지만 내 발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잠깐만요, 내가 양말을 벗어서 보여줄 테니까…아니 아니,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꼭 눈으로 봐야 합니다…책상 위에다 발을 좀 올려놓아도 되겠습니까?…감사합니다…그럼…이거 보세요, 이 발, 명실상부한 높이뛰기 선수의 발 아닙니까?

나는 4년 후에 있을 헬싱키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남 예선대회에서도 물론 1위로 우승을 했습니다. 1m88이란 기록은 말이죠, 전국적으로 따를 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일장기를 단 놈들을 제치고,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대한민국의 존재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것이 내 꿈입니다…하하하, 물론 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죠. 다른 한 가지 꿈은 은행장이 되어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겁니다. 아아, 손도 보여드리죠. 여기 이렇게 혹이 다 생겼죠? 펜을 하도 잡아서 그런 겁니다. 이거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딱딱해지지 않습니다. 배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따개비 같죠?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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