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13…아메아메 후레후레 (12)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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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돌풍처럼 휘몰아치고, 배를 쥐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을 때처럼 횡경막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외쳐도 또 외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꿈속 같았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꺽다리가 우근의 얼굴에 흙을 던졌다. 눈으로 입으로 흙이 들어왔다. 우근은 손목으로 눈을 비비면서 새끼줄을 꽉 물고, 흙과 빗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두 사찰계를 노려보았다. 네놈들은 우리의 죽음을 목격했다.

우리의 죽음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고되지 않고, 증언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네놈들은 입을 다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네놈들을 보았다. 죽음으로 입은 봉인되지만, 네놈들 네 개의 눈에 우리들 예순 개의 눈을 새겨주겠다.

네놈들이 사랑하는 아내를 품고 사랑하는 자식을 안아 올릴 때, 그 눈에 파고든 우리들의 눈이 손가락이 되어 네놈들의 아내와 자식의 눈을 후벼 팔 것이다.

우근은 엄지손가락에 혼신의 힘을 주었다. 뚜득, 으윽! 8월의 태양이 작열하듯 온몸으로 눈부심이 번지고, 우근은 자유로워진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무거운 물을 걷어차듯 발! 발! 발! 외쳐도 외쳐도 또 외치는 입! 입! 출구를 찾는 손! 손! 손! 사방에 머리! 손! 눈! 어깨! 입! 코! 귀! 발! 얼굴! 코! 눈! 눈! 손! 머리! 눈! 눈! 입! 외쳐댈 숨은 이미 없어도, 외친다! 외친다! 주먹처럼 불끈거리는 심장, 쿵쿵! 두근두근! 쿵쿵! 두근두근!

산 자의 무덤은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꺽다리와 꼬마가 가면무도회에서 다리를 들고 내리는 동작을 하듯 흙을 밟고 있다.

흙 속에서 두 팔이 솟구친다. 엄지손가락이 떨어져 나간 손이 허공을 움켜쥐고, 비에 씻겨 내린 피가 흙을 붉게 물들인다. 꺽다리는 그 손에 커다란 돌덩이를 던지고, 올라타 밟는다.

우근이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두개골이 함몰되는 소리였다…잠잠해졌다…아직도 살아 있는 것인가!…고개를 흔들어 봐…움직이지 않는다…손은?…주먹 보자기…움직이지 않는다…죽은 것인가…생매장을 당하여 죽은 것인가…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잠 따위 잘 수 없다. 동지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의 목줄 외에는 잃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획득해 마땅한 전 세계를 갖고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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