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화계는 참으로 ‘오락가락’했다. 행복이 지나가면 슬픔이 왔고, 아픔이 아물면 기쁨이 돋아났다. 새로운 한 해 ‘오는 즐거움(樂)’을 맞아들이기 위해 2017년 한 해 문화계의 사연과 화제를 모아봤다.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집권 23일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 6월 초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쑥 꺼낸 ‘뜬금’ 없는 얘기는 올 한 해 문화재·학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방 공약에 포함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꼭 포함시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화재청은 내년도 가야유적 발굴에 32억 원, 보수정비에 145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와 정비사업’을 최근 발표했다.
학계는 “신라사 연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가야사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환영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권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발굴현장을 방문한 이후 경주 월성 발굴조사가 속도전으로 흐른 전례가 있어서다. 가야유적이 있는 영·호남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가야사 관련 예산은 무려 3조 원에 달한다. 가야사 복원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지자체 간 과열 경쟁과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7년을 끈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 논란이 올해 일단락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문화재위원회는 올 4월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을 전격 부결시켰다. 앞서 증도가자 재검증을 실시한 조사단의 ‘지정 보류’ 의견에서 한발 더 나간 예상 밖 결정이었다. 문화재위는 부결 사유에 대해 “증도가자의 출처와 구입 경로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증도가자 논란은 국가문화재 지정에서 출처 규명이 핵심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올해 학술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인문학 연구의 결합이 주목받았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세계 최초로 AI를 이용해 한문 고전을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첫 대상은 ‘승정원일기’. 번역기간을 45년에서 18년으로 27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일본 교토대 서고에서 추사 김정희의 친필 시첩을 비롯해 조선후기 문화의 정수가 담긴 희귀 고문헌과 서화 등 수천 점을 발견했다. 경주 석굴암의 원모습을 보여주는 논문도 나왔다.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19세기 말 석굴암 중수 공사를 기록한 상량문을 정밀 분석해 공사 이전에는 지금과 달리 목조전실(木造前室)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사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의 “2019년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는 8·15 경축사가 해묵은 건국 시점 논쟁을 다시금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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