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우리나라의 단풍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온대지방에서는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화사하게 물들고 추운 겨울이 가까워지면 시들어 떨어진다.
잎은 어떻게 해서 빨갛고 노랗게 물이 드는 것일까.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공기가 건조해진다. 이때 나뭇잎은 일차적으로 수분 부족을 겪게 된다. 잎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뿌리로부터 빨아 올린 물로 생물의 주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을 만든다. 바로 광합성 과정을 통해서다.
이 과정에서 식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물을 대기속으로 뿜어내야 한다.
한 예를 들면 옥수수는 낱알 1㎏을 얻기 위해 잎에서 6백㎏의 물을 증발시켜야 한다. 더욱이 기후가 건조해지면 더 많은 물을 뿌리로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나 가을에는 이것이 불가능하므로 나뭇잎은 수분의 부족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활동을 멈춘다.
나뭇잎에는 녹색의 엽록소 외에도 빛을 흡수하는 색소로 70여종의 카로티노이드가 있다. 이들 중 붉은 색을 띠는 게 카로틴이고 노란 색을 띠는 게 크산토필이다.
이들 색소는 잎이 왕성하게 일을 하는 여름에는 많은 양의 엽록소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다. 차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돼 사라짐으로써 이들 색소가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이들 색소의 분포에 따라 노란 색이나 붉은 색 등 단색에서부터 혼합된 색의 단풍이 든 잎을 우리는 보게 된다.
특히 단풍나무는 잎이 물드는 과정에서 독특한 현상을 보인다. 가을에는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서 코르크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코르크층은 잎에서 광합성으로 생성된 당류(설탕)가 줄기와 뿌리로 운반되는 것을 방해해 잎에 쌓이게 한다.
이 설탕이 잎에서 분해되면서 빨간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만들어져 세포액에 저장됨으로써 타는 것 같은 붉은 색을 띠는 것이다. 서리가 내린 뒤 따뜻하고 맑은 날이 당분간 계속되면 단풍나무 잎은 매우 곱게 물든다.
단풍이 든 가을산. 봄을 위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는 나무들의 준비를 보면 자연은 잔인한 것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