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 17]낙엽은 왜 질까

  • 입력 1996년 11월 11일 20시 18분


온대 낙엽수림은 계절에 따른 변화가 특징이다. 봄에는 싹이 돋고 여름에는 짙은 녹색의 잎으로 변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낙엽이 진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채색된 가을의 낙엽수림은 매우 아름답지만 겨울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점차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태양빛은 약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낙엽수는 잎을 떨어뜨리는데 이러한 변화를 잎은 어떻게 알까. 낙엽은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나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코르크화해서 수분이 증발해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질도 갖고 있다. 생물체는 주위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한다. 이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할 때 이를 전달하는 신호 물질이 호르몬이다. 식물 호르몬 중 앱시스산은 식물의 겨울나기를 알려주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낙엽수가 겨울에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휴면은 온대 낙엽성 식물에 특히 중요하다. 이 휴면은 낙엽성 식물이 낮은 온도와 수분 부족에 적응해서 생긴 것이다. 겨울에 물이 부족해 식물이 수분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기공(氣孔)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기공은 수분을 증발시키는 곳일 뿐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분부족을 피하기 위해 기공을 닫으면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또 주변의 온도가 낮으므로 잎에서의 생화학 반응의 속도는 더욱 느려져 이 결과 낙엽수의 잎은 죽게 된다. 낙엽수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낙엽수는 늦가을에 떨켜를 만들어 일제히 잎을 떨어뜨리고 벌거숭이가 된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은행잎이 지는 것을 보고 노란 제비꽃처럼 내린다고 했다. 그러나 밤나무나 떡갈나무는 떨켜를 만들 줄 모른다. 본래 이들 식물이 더운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낙엽을 떨어뜨려야만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이들 식물은 겨울이 되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싹 마르더라도 가지에 붙어 있다가 겨울의 강풍에 조금씩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담쟁이덩굴도 잎에 떨켜를 만들지 않는 식물이다. 물론 낙엽수 잎의 수명은 1년이다. 상록수의 잎은 많은 종류가 2∼3년간 유지되다가 새로운 잎이 나게 되면 떨어진다. 침엽을 가진 상록수 중에는 30년 이상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홍 영 남(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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