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움직이는 휘발유의 품질은 자동차의 성능과 배출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원유의 성분 중에서 비교적 휘발성이 큰 성분을 모은 「휘발유」는 보통 6∼10개 정도의 탄소를 가진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원래 휘발유는 무색투명하지만 용도를 밝히기 위해 흔히 붉은색의 착색제를 넣어서 판매한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 이외에도 탄소 수가 더 많아서 휘발성이 낮고 잘 타지도 않는 등유와 벙커유도 얻어진다.
정유공장에서는 휘발유가 값이 비싸고 공해가 적기 때문에 원유에서 휘발유 성분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열분해와 개질(改質) 공정을 이용한다. 말하자면 원유중 큰 분자의 탄화수소를 작게 자르는 공정이다. 제올라이트나 백금 촉매 덕분에 지금은 원유의 거의 절반을 휘발유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정제 비율이 26%에 지나지 않았던 1920년대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휘발유에 곧은 사슬 모양의 탄화수소가 많으면 너무 쉽게 점화되어 노킹(휘발유의 기화불량으로 엔진이 푸드득거리는 현상)을 일으킨다. 고리 모양의 벤젠이나 톨루엔을 넣으면 옥탄가가 어느 정도 올라가기는 하지만 발암성 물질이라서 문제가 된다.
휘발유가 제대로 연소되지 않으면 검은 매연과 맹독성의 일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엔진 내부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공기중의 질소가 질소산화물로 바뀐다. 이것이 배출되면 스모그를 일으킨다. 다행히 백금과 로듐이라는 값비싼 귀금속을 이용한 「촉매전환장치」가 개발되어 유해 가스 배출량이 10분의 1∼40분의 1 정도로 줄어들게 됐다.
1980년대까지는 휘발유의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서 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한 유연(有鉛) 휘발유를 사용했다. 납 화합물은 그 자체가 오염 물질일 뿐만 아니라 비싼 촉매전환장치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대신 에테르 계통의 화합물인 MTBE를 7%까지 첨가한 무연(無鉛) 휘발유가 개발되었다. MTBE는 휘발유가 너무 빨리 점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유용하다. 휘발성이 낮아서 인체와 환경에 더 안전한 ETBE도 개발되고 있다.
화학이 아니었다면 서울의 대기 오염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맑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화학자의 이런 노력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교통망과 함께 우리의 절약 정신도 꼭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이 덕 환<서강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