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핵]중성자-우라늄의「가공할 충돌」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17분


대만이 자국의 핵폐기물을 우리 땅의 일부인 북한에 돈을 주고 매립하려 한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가 시끄럽다. 대만은 왜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굶주리는 북한을 이용하여 대만 밖으로 내보내려 하는가. 대만내 어느 곳에서도 핵폐기물을 저장하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핵폐기물 처리기술에 대해서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핵이 무엇이고, 핵폐기물은 무엇인가.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는 분자이고 분자들은 대개 몇가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질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므로 핵은 우리 몸속에도 있고 먹는 음식에도 있고 마시는 공기에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원자핵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아무런 변환을 하지 않지만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과 같이 큰 원자들의 핵은 불안정해서 스스로 쪼개지는 성질이 있다. 이를 핵분열이라고 부른다. 핵분열 후의 물질 질량은 분열 전보다 적다. 이때 감소된 질량은 막대한 에너지로 변환된다. 여기서 엄청난 양의 열이 발생하는데 0.45㎏의 우라늄235가 핵분열을 하는 것은 석탄 1천5백t을 태우는 것과 맞먹는다. 중성자 한 개를 우라늄 원자 한 개에 반응시키면 중성자 두 개가 나오게 된다. 중성자 두 개는 다른 우라늄 원자 두 개를 또 분열시키므로 핵분열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통제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자폭탄이 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 현상이 서서히 일어나도록 조절해 생산된 열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원자로 자체는 매우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다. 대기오염도 없어서 청정에너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스리마일아일랜드와 소련의 체르노빌원전 같이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에 의한 사고는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원자로에서 나온 연료봉과 같이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고도의 안전장치를 갖춘 곳에서 엄격한 통제아래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자로 주변에서 사용한 작업복 면장갑 공구와 같은 저준위 폐기물은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으므로 기형아 출산이나 괴질병과 같은 공포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 요컨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에는 철저해야 하지만 과민한 걱정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양인상<이화여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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