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종이와 화학]고급일수록 화합물 다량 첨가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종이는 셀룰로오스라고 하는 섬유질 화합물을 얇게 펴서 만든다. 종이는 전통적으로 글을 쓰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포장재와 화장지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이 소비량은 연간 7백만t에 육박하여 세계 9위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라는 풀을 이어 붙여 종이로 사용했다. 섬유질을 가공해 현대적 의미의 종이를 처음 개발한 것은 서기 100년경 중국에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는 아마나 삼 또는 뽕나무 껍질을 가공해서 종이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서 한지를 만들었다. D―글루코오스라고 부르는 탄수화물 분자가 길게 결합된 셀룰로오스는 면(綿)과 나무의 주성분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대부분 나무를 물리적으로 갈거나 화학적으로 분해해서 얻어지는 「펄프」를 가공해서 만든다. 단단한 나무에서 셀룰로오스 섬유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아황산을 포함한 중아황산칼슘이나 가성소다와 황산나트륨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색깔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염소화합물이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화학물질을 이용한 표백 공정을 거친다. 펄프에서 얻어지는 섬유질은 굵은 다발로 뭉쳐져 있다. 밀도가 작고 엉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화장지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굵게 뭉친 섬유를 물리적방법을 이용해서 가는 섬유로 분리시키면 밀도가 큰 고급 종이의 원료가 된다. 고급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산알루미늄과 같은 점토질을 40%까지 넣고 이산화티탄 탄산칼슘 황화아연과 같은 첨가물을 넣어서 색깔을 희게 만든다. 이밖에 흡습성을 조절하기 위해서 로진이나 왁스 또는 합성수지도 첨가한다. 로진은 소나무의 송진에서 테르펜유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다. 이렇게 처리한 재료를 넓은 판에 얇게 펴서 말리면 종이가 된다. 종이는 귀중한 천연 자원인 목재에서 만들어지고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화학물질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용하고 남은 종이의 효율적인 재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다행히 종이의 재활용을 위한 화학적 기술은 완벽하게 개발되어 있어 재생종이라고 하더라도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50%에 불과하다. 사회의 인식 개선과 효율적인 재활용 체제가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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