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인구폭발,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에너지 문제 등 어려운 과제는 21세기의 생명과학의 기술을 이용해야만 풀릴지 모른다.
이 생명과학 기술의 핵심 주제는 유전 물질의 최소 단위인 유전자다. 생물이 자신의 형질을 바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유전자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작해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새로운 생명체를 얻어내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유전자는 핵산인 DNA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고 대대로 자손에게 종(種)의 특성이 유전되도록 한다. 이 DNA는 처음 부상자의 수술용 붕대에 묻은 고름 세포에서 분리됐다.
DNA가 생명의 핵심인 것은 생물체가 활동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단백질의 아미노산의 순서와 배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DNA는 단백질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 단백질은 각종 생물의 고유한 특징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긴 DNA에는 많은 유전자가 있고 이들 유전자가 실패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촘촘히 감겨 응축돼 염색체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DNA 염기쌍은 약 60억개이고 염기 사이의 길이가 3.4×m이므로 그 전체 길이는 약 2m이다.
이것이 세포의 핵속에 1만분의 1로 압축되어 들어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대장균도 DNA 전체 길이가 약1㎜이다.
어떻게 수 미크론(1백만분의 1m)내지 수십 미크론 정도의 세포핵 속에 이렇게 긴 DNA가 접혀 들어갈 수 있을까. 실로 놀라운 일이다.
많은 정보를 가져야 하는 고등생물로 갈수록 보통 DNA 양이 증가하나 그중 극히 일부분만을 삶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사람도 총 DNA의 약 8∼9%를 유전자로 사용할 뿐이다. 유전자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그 외의 DNA는 그대로 엉킨 채로 잠자고 있다.
환경의 변화가 심해진다면 잠자고 있던 DNA가 풀려 이상한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다.
오염지역의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기형이 우리 인간에게는 먼 훗날의 일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모든 변화는 갑자기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홍영남 <서울대교수/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