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면 신경쓰이는 게 있다. 바로 정전기(靜電氣)다. 껴입었던 옷을 벗다 보면 탁탁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불꽃이 일고 몸이 따끔거린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손이 따끔 거리는 것을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왜 정전기가 생길까. 이는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원자는 +극을 띠고 있는 원자핵과 ―극을 띠고서 원자핵 주위를 맴도는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원자내의 일부 전자는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분리되어 다른 원자에 붙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전자가 빠져나온 원자는 +극을 띠는 양이온이 되고 전자를 흡수한 원자는 ―극을 띠는 음이온이 되는 것이다. 옷에 생기는 정전기는 성질이 서로 다른 섬유의 옷이 서로 마찰하면서 어느 한가지 옷에서 다른 옷으로 전자들이 이동해 생기는 것이다.
전자가 더욱 많이 이동함에 따라 두가지 옷 사이에는 전기적인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는 마치 큰 웅덩이의 물을 2등분해 한쪽의 물을 다른 쪽으로 계속 퍼담으면 높은 수면 쪽에서 낮은 수면쪽으로 수압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전기적 압력을 전압 또는 전위차라고 한다. 이 전위차가 매우 크면 전자는 공기를 뚫고 ―를 띤 물체에서 +를 띤 물체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딱딱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보이는 것이다. 즉 작은 벼락이다.
이렇게 전기를 띤 물체 사이에는 서로 다른 극끼리 잡아 당기는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치마나 바지가 몸에 착 달라붙어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반발한다. 겨울철에 머리를 빗고 나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솟구쳐서 원하는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정전기는 컴퓨터의 주요 부품을 훼손하기도 한다. 가스나 휘발유가 있는 곳에 정전기 불꽃이 튀면 불이 나기도 한다.
정전기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와 ―로 대전(帶電)되는 물체 사이를 전기가 잘 통하는 도선으로 연결해 주면 된다. 매우 가는 도선을 섬유와 함께 섞어 옷감을 짜거나 옷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면 옷에 정전기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조차가 쇠사슬을 땅에 끌고 다니는 것도 차와 땅사이를 도선으로 연결해 정전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양인상 <이화여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