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마요네즈속의 화학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26분


마요네즈는 겉보기에 단순한 식품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의 화학지식이 담겨 있다. 서양에서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기술이지만 화학의 원리를 밝혀내기 전부터 화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달걀을 살펴보자. 달걀은 75%가 물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약10%씩 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달걀의 노른자위만 분리해서 식용유를 넣은 후 저어서 마요네즈를 만들어 먹는다. 노른자위를 이용해 물과 식용유가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극복하는 것이다. 즉 달걀의 노른자위에 들어 있는 레시틴이라는 분자가 작은 식용유 방울을 둘러싸면 물과 섞여 에멀전이라는 안정된 상태가 된다. 여기에 식초와 향료를 넣으면 바로 마요네즈가 되는 것이다. 긴 막대기 모양의 레시틴 분자의 한 쪽 끝은 물 분자를 좋아하고 다른 쪽 끝은 기름 분자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상극인 물과 기름 사이에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노른자위 1개에는 약2g 정도의 레시틴이 들어 있다. 이것은 무려 3.5ℓ의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1988년에 영국에서 살모넬라라는 박테리아에 오염된 달걀이 발견되었다. 주로 파충류에 기생하는 살모넬라는 패혈증이나 뇌막염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박테리아다. 달걀을 충분히 삶으면 살모넬라가 죽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랑말랑한 반숙이나 마요네즈도 함부로 먹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달걀의 노른자위는 섭씨62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변성이 일어나지만 살모넬라는 59도에서도 몇 분 안에 죽어버린다. 따라서 노른자위를 59도와 61도 사이에서 6분 정도만 조리하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반숙을 즐길 수 있다. 또 노른자위를 분리해 62도의 물 속에서 15분정도 잘 저어주면서 중탕하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마요네즈도 만들 수 있다. 조리법에 담겨 있는 화학적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이제는 과학적인 조리법을 개발한 과거의 지혜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화학 지식을 이용해서 식품의 특성과 조리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막연한 추측만을 근거로 잘못된 건강 상식이 만연되는 안타까운 일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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