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늘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맑은 물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서도 깨끗한 물의 공급이 그렇게 쉽지는 않게 되었다. 가정과 음식점에서도 정수기의 사용이 부쩍 늘어났다.
정수기는 물에 녹아 있는 여러 가지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장치를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정수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한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있고 조금 생소하게 들리는 「역삼투」 정수기라는 것도 있다.
필터로는 숯가루와 비슷한 「활성탄」을 충전제로 쓰기도 하고 인공 고분자 표면을 처리해서 만든 「이온교환수지」나 모래를 채워서 사용하기도 한다. 활성탄은 간장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넣어두던 숯덩어리처럼 불순물을 흡착함으로써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이온교환수지는 물 속에 녹아있던 이온을 고분자 수지에 미리 붙여 놓은 수소 양이온이나 수산 음이온과 바꾸어 줌으로써 몸에 해로운 이온을 제거하는 것이다.
필터를 너무 오래 사용하면 충전 물질에 붙었던 불순물이 다시 떨어져 나올 수도 있다. 충전 물질 주변에서 몸에 해로운 미생물이 자랄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기간이 지나면 갈아 주어야 한다.
역삼투 정수기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반투막」을 사용해서 배추를 절일 때 일어나는 현상이 거꾸로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배추를 절일 때는 세포 속의 깨끗한 물이 소금물 쪽으로 저절로 빠져 나온다.
반대로 물이 소금물에서 세포막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압력을 가해 주어야만 한다. 역삼투 정수기는 불순물이 섞인 물을 전기 펌프로 반투막 속으로 밀어넣어서 깨끗한 물이 막의 반대쪽으로 빠져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반투막을 통해서 물이 흘러나오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역삼투 정수기에는 깨끗한 물을 보관하는 별도의 통이 마련되어 있다.
이덕환(서강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