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양인상/「뜨거운 물」오래 쓰려면

  • 입력 1997년 9월 2일 07시 39분


목욕을 하기 위해 뜨거운 물을 받아 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조금 후에 목욕을 시작하려고 한다. 찬물을 미리 섞을까, 아니면 목욕 직전에 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찬물을 미리 섞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같은 온도의 목욕물을 만들 때 먼저 찬물을 섞어두는 편이 더 많은 양의 목욕물을 만들 수 있다. 같은 양의 찬 물을 섞는다면 미리 섞는 경우가 나중에 섞는 경우보다 더 뜨거운 물이 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뜨거운 물과 그 주변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뜨거운 물의 열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 열을 빼앗기는 경로는 다음 몇 가지다. 우선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는다. 또 물을 담은 욕조나 세수 대야를 통해서 열이 전도되며 뜨거운 물 자체로부터 나오는 열 복사선 때문에 물이 식게 된다. 이 모든 열 손실이 온도 차이가 클수록 크기 때문에 온도 차이를 줄이면열이 적게 빠져 나간다. 커피를 오랫동안뜨겁게 즐기려면 커피가 나오자마자크림과 설탕을 타야 한다. 물 표면에서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빼앗아가는 열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물 표면을 비닐로 덮어두면 오랫동안 뜨겁게 유지된다. 뚜껑이 있는 컵에 담긴 커피가 잘 식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 여름에 뚜껑이 닫힌 주스병과 뚜껑이 열린 주스병을 오래 실내에 두었다가 마셔보면 뚜껑이 열려 있던 주스병의 주스가 더 시원한 것도 물이 증발할 때 많은 열량을 빼앗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열에너지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겨울에는 실내를 따뜻하게 데워 사람이 살기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봄에는 실내외의 온도 차이가 적어 열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난방할 필요가 없어진다. 여름에는 바깥의 온도가 실내보다 높아져서 실내로 열이 전달된다. 비록 실내 온도가 바깥 온도보다 낮더라도 쾌적한 온도를 넘어서면 에어컨과 같은 냉방 시설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낮춰야 한다. 이 때에도 바깥의 열은 실내외의 온도차가 클수록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에어컨이 덥지 않은 날보다 무더운 날에 더 자주 돌게 되는 것이다. 양인상(이화여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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