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의 PC사랑]PC 처음 만난 날

  • 입력 1997년 7월 23일 07시 39분


《인기 코미디언 서경석씨(25)가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컴퓨터 공부를 시작합니다. 자신의 컴맹탈출기인 「서경석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컴퓨터책」(한국컴퓨터매거진)을 펴낸 서씨는 앞으로 총 20여회에 걸쳐 본인이 직접 집필한 원고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서씨는 요즘 MBC TV의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날」과 시트콤 「테마게임」, 청소년 대상 쇼 프로그램 「1318」 등에 고정 출연,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무서운」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그녀 이름은 P씨. 제 마음의 애인입니다.

성이 박씨인 여성이 아니라 개인용컴퓨터(PC)에 제가 지어 준 이름이에요. 왜 쓸데없이 컴퓨터에 이름을 짓느냐구요?

대답은 간단하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룰 줄 알게 됐지만 「컴맹」시절부터 저는 PC를 P씨로 불렀습니다. 컴맹을 벗어나려는 마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여러분은 짐작하시겠죠.

왜 하필 여자냐구요? 프랑스사람들은 모든 물건에 성(性)을 붙입니다. 연필은 남성, 만년필은 여성 이런 식이죠. 제가 불문과 나왔잖아요.

아무튼 여기서 힌트를 얻었죠. 저는 P씨를 여성으로 정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였죠. 아, 그랬더니 글쎄 그 때부터 갑자기 나만의 P씨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끌어안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지 않겠어요?:)

너무 야하다구요? 그땐 정말 「변태라도 좋으니 컴퓨터만 할 수 있게 해다오」하는 심정이었어요.

사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P씨가 제 인생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학문을 들어서자마자 세상이 빨리 변했죠. 「언플러그드(코드빠진) 경석」(컴맹이란 얘기죠∼)이란 별명을 얻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때 저는 워드가 뭔지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출연료를 모아 용산에서 컴퓨터를 하나 장만했죠. 그토록 그리던 저의 애인 P씨를 드디어 보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가슴이 설렛겠어요.

가슴 시리도록 한 사람을 보고싶어 한 경험 있으시죠? 「아 그 사람 정말 어쩌고 저째」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때 막연한 그사람에 대한 그리움…. 없으시다구요? 아, 변태이신가요?:D

PC를 사고나서는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좀 더 배우고 사야지」하고 미루시는 분들 계시죠? 저도 한 때는 그랬어요. 그보다 더 무모한 행동은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라켓이나 골프채 없이 테니스 골프 배울 수 있나요? 총 없이 총알 쏠 수 있어요?

눈 딱 감고 하나 사세요. 용돈 모으고 아르바이트하고 술자리 몇번 빠지고 예쁜 옷 눈에 띌 때 입술 몇번 깨물면 컴퓨터 한 대 사는 것쯤 문제 아니잖아요?

그래도 벅찬가요? 제가 용산 중고PC가게 몇군데 알려드릴게 연락하세요. 주위에 인터넷 잘 하시는 분 있으면 전자우편(suks@mail. donga.com)도 좋구요.

컴퓨터가 준비되면 그때부터 컴퓨터와 친해지는 연습을 저와 같이 해보죠. 농담이 아니라 실제상황입니다. 제가 오늘부터 동아일보에 일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 입문을 위한 글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뭐, 많이 알아서 쓰는 게 아니구요, 『경석이 조차 컴맹을 벗어났다니 그대로 하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과정을 한 번 밝혀봐라』하는 주위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쓰는 거예요.:)

그러면 다음주부터 저와 제 애인 P씨와의 숨겨진 뒷얘기를 하나씩 풀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기대되시죠?

서경석〈MBC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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