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를 집에 데려다 놓고도 저는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 지 한동안 어쩔 줄 몰랐습니다.태어나 자란 환경이 다르니 생각도 다르고 서로 쓰는 언어도 다를 수밖에요. P씨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면 좋으련만 어디 컴퓨터가 그럴 수 있나요. 결정했죠. 내가 P씨의 언어를 배우기로.
처음에는 굉장히 외울 것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당연히 영어도 잘 해야 하고 타자실력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 좋다. 단순 무식하게 외우는 것 하면 또 서경석 아닌가. 그런데….
막상 P씨의 전원을 켜보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화려한 그림이 펼쳐지더군요. 글씨는 몇 개 안 보이고요.
이게 뭘까. 난감했습니다. 뭘 몰라도 유분수지. 완전 생기초를 남에게 물어보면 얼마나 쪽 팔릴까. 그렇다고 책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아니야 그러면 안돼. 수줍어 하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은 진리잖아요. 외국어학원 가 보세요. 조용히 입 다물고 앉아 있는 사람 중에 외국어 잘 하는 사람 있나.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발전도 없습니다. 저도 TV 테마게임 한 번 찍을 때마다 NG를 수십번씩 내요.
요즘 컴퓨터는 거의 모두 전원을 켜면 바로 「윈도95」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윈도(window)는 창(窓)이란 말이죠. 여기서 창이란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을 때 화면에 나타나는 네모난 상자를 가리킵니다.
윈도95는 바로 이 창을 이용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말하자면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다닐 수 있도록 잘 닦아 놓은 「길」인 셈이죠. 각각의 자동차는 워드프로세서 가계부 게임같은 프로그램에 비유할 만 하죠.윈도가 나오기 전에는 도스(DOS)라는 「도로」가 있었는데 이 때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화살표를 쓰지 않고 모든 명령어를 머리 속에 외우고 있다가 써야 했거든요. 세상 많이 좋아졌죠.
▼도스(DOS)〓Disk Operat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디스크 운영 체계라고나 할까요. 모든 명령어를 단어로 나열해야 했죠.
▼윈도95(Windows95)〓글 대신 그림을 보면서 마우스로 화살표를 움직여 여기 저기를 찍으면 프로그램이 실행되게 만든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용하기가 도스보다 훨씬 쉽죠. 다음부터 여러분과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볼 부분이 바로 이 윈도95입니다.
서경석(MBC코미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