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림팀]<14>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폐손상 370g 초미숙아 첨단의술로 완치… 세계가 주목

《 쌍둥이 중 동생인 임현우(가명) 군은 올 1월 임신 31주차로 태어날 때 몸무게가 1.2kg이었다. 출생 직후 심장비대 증세가 심했다. 임 군의 형은 1.8kg. 건강한 상태로 서울대어린이병원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형제는 태어나기 전 쌍생아간수혈증후군에 걸려 있었다. 태반이 서로 연결돼 동생의 혈액이 형 쪽으로 옮겨졌다. 형은 피가 너무 많이 몰린 반면 동생은 빈혈에 걸렸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NICU) 치료팀은 지난해 가을 초음파 검사로 이 같은 질환을 알아낸 뒤 응급 제왕절개술로 조기에 분만시켰다. 쌍둥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서로에게 연결된 핏줄을 일부 끊어냈지만 임신 31주가 되자 동생의 심장이 커지고 폐와 심장 주위에 물이 고였기 때문이다. 치료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의료진이 서울대병원 본원과 센터가 연결된 통로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료진은 다른 진료과와 300차례 이상 협진을 하면서 신생아 생존율을 높여왔다. 김한석 센터장(앞에서 세 번째)은 “다른 진료과와의 원활한 소통이 협진체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의료진이 서울대병원 본원과 센터가 연결된 통로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료진은 다른 진료과와 300차례 이상 협진을 하면서 신생아 생존율을 높여왔다. 김한석 센터장(앞에서 세 번째)은 “다른 진료과와의 원활한 소통이 협진체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 부작용 없애려고 고난도 수술 택해

동생은 출생 직후부터 집중 치료를 받았다. 출생 첫날엔 소아청소년과 심장분과 전문의들이 심기능 항진제와 이뇨제를 투여했다. 거의 매일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봤지만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생후 열흘째 치료팀은 임 군의 대동맥이 극도로 좁아진 사실을 발견하고 대동맥협착교정 수술을 했다. 몸무게 1.34kg인 미숙아에 대한 수술은 위험이 따랐다. 불안정하게 뛰던 심장을 잠시 멈추고, 피를 몸 밖으로 돌게 하는 심폐우회술을 시행하면 신장 기능이 약해질 우려가 컸다. 재수술 확률도 높아졌다.

하지만 치료팀은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를 불러 수술에 들어갔다. 미숙아의 가슴을 열고 좁아진 대동맥을 잘라내는 대수술이었다.

생후 14일째 치료팀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냈다. 대동맥 수술 부위도 잘 이어졌다. 피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지 못해 심장이 커지는 심장비대증도 낫기 시작했다. 생후 25일째 임 군은 수술을 더 받지 않고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생후 51일째 임 군의 몸무게는 2.2kg으로 늘었으며 심장약도 끊었다. 그날 임 군은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극소 저체중 미숙아에 대한 심폐우회술 성공은 국내에서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실적이다.

○ 독보적인 진단법 개발

미숙아에게 빈번하게 생기는 병은 뇌출혈 폐질환 괴사성장염 등. 모두 생사를 좌우하는 질환이다. 이 중 폐 기능 장애는 치료 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 폐는 임신 34주가 지나야 정상으로 기능하는데, 치료팀이 돌보는 신생아 대부분은 34주 미만이다. 발육장애를 함께 치료해야 하는 점도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NICU 치료팀은 이처럼 고난도 치료에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몸무게 370g의 미숙아로 태어난 이하영(가명) 양은 태어나자마자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기관지에다 산소를 공급하는 튜브를 끼워야 했다.

치료팀은 이 양이 앞으로 기관지폐이형성증이라는 병을 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양이 출생하기 전에 치료팀은 제대혈과 소변에서 폐 손상 정도를 알아낼 수 있는 분석 기법을 개발해 놓았다.

미숙아의 폐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치료팀은 특수한 실험약과 기계를 통해 이를 분석한다. 소변에서 검출되는 염증반응, 유전자 손상 여부를 보고 폐 질환 중증도를 곧바로 알아내는 기법은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는 첨단의술이 됐다.

폐 기능이 불안하던 이 양은 60일간 산소 튜브를 끼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했지만 조기 치료 덕분에 폐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몸무게 400g 미만이던 이 양에 대한 치료 실적은 미국 아이오와대가 운영하는 ‘가장 작은 아이들’ 사이트에 올라 있다.

횡경막이 없어 폐 발육이 되지 않은 미숙아에 대한 치료, 저체중 미숙아에 대한 배변 기능 촉진술에서도 치료팀은 세계에서 선두를 달린다. 출생체중 1kg 미만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생존율에서 서울대병원 치료팀은 미국보다 앞서 있고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 배 속에서부터 유연한 협진

NICU 치료팀은 전문의 7명과 간호사 68명으로 구성됐다. 전문의는 소아과 중에서도 신생아 치료 분야에서 최신 의술을 익힌 전문가들이다. 42병상에 배치되는 간호사들은 출생 직후 중환자가 되는 미숙아를 집중적으로 돌보는 인력이다. 이 중 간호사 2명은 신생아 발달 문제도 집중 관리한다.

NICU는 어린이병원 내 16개 치료분과와 협진을 진행한다. NICU와 협진을 자주 하는 분과는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안과 소아외과 등이다.

협진은 분만 전부터 시작한다. 산부인과는 태아의 건강 정보를 NICU에 보내 분만 즉시 집중치료를 하도록 도와준다. 산부인과에서 미숙아를 분만하면 현장에서 응급조치한 뒤 집중치료실로 옮긴다. NICU에서 돌보는 미숙아는 연간 500여 명. 이 중 300명가량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의 아기이고 나머지는 외부 병원에서 급하게 옮긴 환자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미숙아에 대한 치료는 NICU가 전담한다. 미숙아의 심장, 폐, 눈 등을 치료할 때는 소아진단검사의학과, 소아신경외과,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를 불러 NICU 전문의와 협진을 한다.

치료팀을 이끄는 김한석 교수(소아과 신생아분과)는 “2005년부터 시작한 유연한 협진 체제로 신생아 생존율이 높아졌다. 또 신생아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산모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서울대어린이병원#신생아집중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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