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사회 전체의 이슈로 떠오른 건 그야말로 ‘갑자기’였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벤처로 옮기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스스로 창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백억원대의 돈을 어렵지 않게 투자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최근에는 벤처 거품론과 함께 코스닥 주가가 폭락하면서 위기설이 나돌고 투자자의 손길도 주춤해졌다. “우리 회사는 문제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긴장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필자 또한 40여명의 가족을 끌어가는 벤처인의 한 사람으로서 뒷덜미를 눌러오는 부담감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선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워낙 심해 선두주자의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시장에도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한국의 벤처 중 70%는 1, 2년 안에 도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쓰러지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핵심 신기술과 막강한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고 보면 벤처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험한 길인지 실감할 수 있다. 요즘은 벤처 직원들이 스톡옵션보다 높은 연봉을 선호하거나 다시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리턴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대기업들은 되돌아오는 사원에 대한 대우에 신경쓰고 있다고 한다.
벤처는 지금 이처럼 고전 중이다.
그러나 벤처로부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은 이미 우리사회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 최근 1년간 벤처인들은 짧은 시간 동안 비즈니스의 법칙을 바꾸고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물론 일부 벤처가 기술력 배양보다는 투자 유치에만 힘쓰고 외제 승용차에 주식거래로 하루를 보내 소위 거품도 함께 일었다.
이것은 벤처가 미친 영향의 양면성이다. 사회적 패러다임에 긍정적 영향을 크게 미친 만큼 그에 반하는 영향도 동시에 미친 것이다. 그래서 벤처인들은 시대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절대 패션을 따라 가서는 안 된다.
벤처인이 밟아야 할 길은 마라톤 경기처럼 멀고도 험하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나가고 보는 초반전일 뿐이다. 진정한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문 경영과 마케팅력이 부족한 벤처는 이미 대부분 쓰러져가고 있다. 단발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력 하나만으로 승부를 거는 회사도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
공격적인 전략과 장기적인 비전, 전문적인 경영마인드가 고루 갖춰진 기업만이 당당한 벤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새벽 1시. 아직 회사 4개층 전체가 밝다. 다시 한 번 출발선에서 몸을 추스를 때다. 초심으로.
송길섭(그래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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