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알권리"-"명예훼손" 인터넷서 충돌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12분


불임(不姙) 시술을 받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과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C병원 산부인과 의사 윤모씨 등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 33명은 “인터넷 사이트 ‘아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아기모·www.agimo.org)’이 특정 병원을 비난하는 글을 실어 환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관련 병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5일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이 사이트 중 ‘추천/비추천 코너’. 이 코너에서 불임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해당 병원의 친절도, 비용, 서비스 등을 자세히 밝히는 등 각 병원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의사들은 “아기모가 결국 특정 병원을 추천함으로써 환자 등을 그 병원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기모 측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일 뿐 특정 병원으로 (환자 등을) 유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기모 측은 “불임 시술은 보험처리도 되지 않으며 비용 역시 만만찮고 시술 횟수도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각 병원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특정 병원을 추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정보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도 서비스산업의 일종인 만큼 소비자로서 당연히 이를 평가할 권리를 가지며 이런 의미에서 일종의 소비자권리찾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윤리위원회 측에 중재를 요구했다.

건의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구 C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율”이라며 이 사이트가 C병원에 대해 낮게 평가한 것에 대해 억울해 했다.

한 불임여성은 “불임환자의 하소연에 대해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다”며 “환자와 의사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기모 사이트는 지난해 3월 한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가 불임여성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모임으로 발전한 것으로 현재 3500여명의 불임여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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